"美 없이 호르무즈 열어야"…유럽 등 동맹국들 외교력 시험대

英주도 40개 동맹국 화상회의…'해협 봉쇄 상태 종전' 대비 플랜B 논의
무력 배제한 제재 등 경제적수단 논의…'통행료' 강경한 이란 설득 불확실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의 동맹국 40여개국이 2일(현지시간) 영국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해결 없이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인데,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얼마나 이란을 움직일 영향력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은 이날 유럽·중동·아시아 국가와 호주·캐나다를 소집해 화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외교적 접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잠재적 제재 방안 등을 검토했다.

소집 대상 국가에 미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동맹국들이 미국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해야 하는 상황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회의는 그동안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과 거리를 둬왔던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해법에 기여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 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중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자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군함 파병을 거부하자 강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는 동맹국들을 향해 "연료를 구할 수 없는 국가들, 이란 지도부 제거 작전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던 많은 국가에 제안한다. 이제라도 '지연된 용기(delayed courage)'를 내라"며 "스스로 해협을 통제하고 보호하고 사용하라"고 말했다.

또한 "일찌감치 용기를 냈어야 했다. 진작 우리와 함께했어야 했다"며 "이미 본질적으로 대파시켜 어려운 부분은 끝냈으니 (해협 개방이) 쉬울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에 참여한 동맹국들은 미국이 이란과의 휴전 협상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며 자유 통항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계속해서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제재를 포함한 경제적 조치도 논의됐다.

이에 더해 이란을 압박하는 외교적 노력에서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았으며, 항행의 자유 회복을 위한 걸프 국가들과의 공조 추진을 지지했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동맹국 군 관계자들은 다음 주 중 회동을 갖고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감시와 기뢰 제거를 지원하기 위해 자국 해군 자산을 어떻게 배치할 수 있을지 논의할 예정이다.

다수의 국가는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려는 시도를 현실성 없는 대책으로 보고 있으며, 이란의 동의 없이는 재개방도 요원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외교력에 기반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이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이란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란은 이미 통행료 부과 법제화 작업을 마쳤고, 해협을 함께 접하는 오만과도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전쟁 전의 규칙이 (전쟁 후에) 적용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이동은 평시에도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의 감독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이란과 우호적인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빠져 있고, 이란이 파키스탄과 이라크, 인도 등 가까운 국가들은 물론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일부 국가들과도 개별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선별 개방하면서 '갈라치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