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쟁이냐?"…英·EU, 트럼프 군함 파견 요구 잇따라 거절

트럼프 "파병 안하면 나토 미래에 나쁜 일 될 것" 불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케네디센터 이사회 멤버들과 점심 식사 중 연설하고 있다. 2026.3.16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자국 함선을 파견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잇달아 거부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중동에서 상업 선박 보호를 위해 전개 중인 해상 작전 '아스피데스' 임무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칼라스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회의를 마친 뒤 "이 전쟁은 유럽의 전쟁이 아니지만, 유럽의 이해관계는 직접적으로 걸려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아스피데스 작전의 임무 범위를 변경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또한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독일은 외교적 해결을 원하고 "그 지역(호르무즈 해협)에 더 많은 군함을 보내는 것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프랑스 해군이 동지중해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다며 "태세에는 변화가 없다. 방어적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보내 유조선을 호위하는 구상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는 전투가 종료된 뒤에나 가능하다는 단서를 일찌감치 달았다.

닉 카터 전 영국 국방참모총장도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따라 이란과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는 방어 동맹이고 모든 조항은 본질적으로 방어를 지향하고 있다"며 "어느 한 동맹국이 전쟁을 선택해 시작한 뒤 다른 모든 동맹국이 따라오라는 의무를 지우도록 설계된 동맹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호르무즈 파병이 "나토의 임무가 아니며, 지금까지도 그런 임무가 구상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정부 내에서 아직 이 문제(파병)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서도 "절차가 있고, 내가 이해하기로는 나토 내부에서 아직 그런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우리'가 아니라 '그들' 또는 '유럽'이라 부르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다"고도 지적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전날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이탈리아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다른 어떤 유럽 국가도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통과시키기 위해 군함을 보내겠다고 제안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유럽 안보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유럽 지도자들이 충분히 감사하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