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레드 월' 무너졌다…英노동당, 스타머 헛발질로 보선 참패

고튼·덴튼 하원 보궐선거서 녹색당·개혁당에 밀려 3위
스타머, 잇단 정책 번복·인사 논란에 막다른 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6.02.05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집권 노동당이 26일(현지시간) '레드 월'(노동당의 전통적 표밭)을 대표하는 그레이트 맨체스터 지역의 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BBC방송·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동당은 이날 그레이트 맨체스터 고튼·덴튼 지역구에서 열린 하원 보궐선거에서 녹색당과 영국개혁당에 밀려 득표율 3위(26%)로 주저앉았다.

좌파 성향의 녹색당이 득표율 41%로 압승을 거두며 한나 스펜서 후보가 하원 의석을 새로 꿰찼다. 우익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 개혁당은 득표율 29%로 노동당을 따돌리고 2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노동 계층이 모여 사는 고튼·덴튼 지역구는 노동당이 100년 넘게 아성을 지킨 곳이다.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의 참패를 스타머 총리의 '굴욕적 패배'라고 일컬으며 그를 향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당은 2024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상대로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이후 성적은 부진하다. 작년 5월 런콘·헬스비와 이날 고튼·덴튼까지 두 차례 연속 보궐선거에서 소수당에 하원 의석을 빼앗겼다.

영국 그레이트 맨체스터 고튼-덴튼 지역구 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녹색당의 한나 스펜서 당선인. 2026.02.27 ⓒ 로이터=뉴스1

스타머 총리는 이번 주 직접 고튼·덴튼을 방문해 노동당 지지를 호소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노동당이 5월 웨일스·스코틀랜드·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열리는 지방선거에서도 고전하면 스타머 총리도 막다른 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개혁당 후보로 나선 매슈 굿윈은 "노동당을 최대 텃밭에서 곤경에 빠뜨렸다"며 "여기서 할 수 있다면 거의 모든 곳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복지·세금 정책 번복과 반복되는 인사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타머 총리는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을 알면서도 피터 맨델슨의 전 주미 대사 임명을 강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노동당과 함께 영국 양당 정치의 한 축인 보수당은 이날 고튼·덴튼 보궐선거에서 고작 2% 득표율을 올렸다.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는 "영국 정치의 미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