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유럽5개국 '나발니 독살 확인' 성명에 "근거 없고 편향된 주장"

유럽 5개국 "나발니 시신서 개구리 독 검출…러시아 소행"

러시아 모스크바 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법정심리 도중 아내 율리야를 향해 하트 모양의 손짓을 여러 차례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21.02.02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러시아 크렘린궁은 수감 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유럽 국가들의 조사 결과가 "편향적이고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당연히 그런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는다. 비난이 편향적이고 근거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 이를 강력히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던 인물로, 생전 러시아 고위 관료와 올리가르히(재벌)의 부패 폭로와 반체제 시위 조직에 앞장섰다. 그는 2020년에도 러시아 정부의 암살 시도로 추정되는 독극물 중독 증세에 빠져 독일에서 치료받다가 가까스로 회복했다.

2021년 러시아에 자발적으로 귀국했다 체포된 나발니는 징역 총 3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24년 2월 16일 시베리아 최북단의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러시아 교정당국은 그가 산책 후 건강 상태가 악화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며칠 동안 시신 인도를 거부해 사건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네덜란드 유럽 5개국 외무부는 전날 공동 성명에서 나발니의 시신 검체에서 남미 에콰도르 독화살개구리가 보유하는 독소 '에피바티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에피바티딘은 러시아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성분이 아니지만, 개구리에게서 직접 추출하는 대신 합성 방식으로도 제조될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인간이 에피바티딘에 중독될 경우 근육 마비를 일어나며 결국 질식사한다.

5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나발니가 수감 중이었음을 지적하며 러시아가 "나발니에게 독을 투여할 수단, 동기, 기회를 지니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는 나발니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나발나야는 지난해 9월 몰래 반출한 생체 샘플에 대한 실험실 분석 결과 남편이 독살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도 기자들에게 성명으로 자신의 결백이 입증된 기분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누가 그랬는지 알아낼 것이다. 정의가 승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크렘린궁이 독살 주장을 부인한 이날 나발니 지지자 수십명이 그의 기일을 맞아 모스크바의 묘지를 방문해 그를 추모했다. 올가(27)는 "정치적 억압 탓에 억울하게 죽어간 한 남자의 기억을 기리고 싶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나발니의 죽음 후 러시아 야권은 대부분 망명하거나 분열된 상태로 남아 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