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수장, 美 '문명 수호론'에 반박…"유럽 멸종할 일 없어"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민자에 맞서라' 주문 비판
"캐나다 등 많은 나라들 유럽과 함께하고 싶어 해"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5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15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미국의 '유럽 때리기'식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칼라스 대표는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마지막 날 패널 토론에서 "어떤 이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진보적이고'(woke) '타락한'(decadent) 유럽은 문명 소멸에 직면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칼라스 대표는 캐나다 등을 예로 들며 많은 국가가 유럽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뮌헨안보회의 연설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과 유럽의 유대를 강조하면서도 유럽이 이민자들에 맞서 문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2.14. ⓒ 로이터=뉴스1

칼라스 대표는 "우리가 들은 메시지는 미국과 유럽이 얽혀 있으며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라면서도 "모든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언론자유지수 2위인 에스토니아 출신으로서 58위 나라(미국)로부터 언론 자유에 대한 비판을 받는 것이 흥미롭다며 미국의 비판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칼라스 대표는 "유럽의 주체성을 되찾아야 할 시급한 필요가 있다"며 유럽이 더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럽의 방위는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다"며 "러시아를 현실적으로 보면 초강대국이 아니라 망가진 나라이며 4년간의 전면전에도 불구하고 2014년 점령 선을 거의 넘어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관해서는 "러시아가 지금 가하는 가장 큰 위협은 전장에서 얻어내지 못한 것을 협상 테이블에서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라며 러시아군의 규모 제한과 전쟁 피해 배상, 전쟁범죄 책임 추궁 등이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른 패널 토론에서 "내 느낌으로는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구체적인 가입 날짜를 제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해야 할 일이 많으며 지금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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