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튀르키예 강진 3주기 추모식서 들린 정치의 언어
튀르키예 대통령, 대지진 추모식서 야당 비난
재건 성과 강조…굳이 정쟁의 언어 사용할 필요 있었나
- 김민수 기자
(오스마니예(튀르키예)=뉴스1) 김민수 기자
"지진 관광객들이 퍼부은 비방, 내뱉은 거짓말, 퍼뜨린 허위 정보는 끝이 없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대지진 3주년인 지난 6일(현지시간), 이 같은 표현을 꺼내 들며 야당을 직격했다. 국가가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일부 정치 세력이 재난을 정치적 이익의 도구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국가는 국민을 버렸다", "집은 끝내 완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향한 반격이기도 했다. 45만 가구를 넘는 주택 완공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 주도의 재건 서사를 분명히 하려는 언어 선택이었다.
'지진 관광객'이라는 표현은 돌출적인 발언은 아니다. 최근 야당은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수치가 실제 입주 기준이 아니라, 추첨과 분양, 행정 인도 절차까지 마무리된 물량을 포함한 수치라며 공세를 이어왔다. 복구 속도와 실효성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책임론도 거세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공세를 차단하고, 복구 성과 프레임을 다시 주도하려는 성격이 짙다.
지진 이후 3년. 숫자와 결과만 놓고 보면 정부의 재건 속도와 물량은 과거와 다른 규모다. 튀르키예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32개국 기자들을 초청해 복구 현장을 공개한 것도 이런 자신감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3년 전 하타이와 카흐라만마라쉬, 가지안테프 등을 취재했을 당시 현장은 참담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도시가 다시 서는 일은 요원하게 느껴졌다.
이번 3주기 추모식은 그런 기억을 안고 다시 찾은 자리였다. 시간이 흐른 뒤 마주한 현장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잔해로 뒤덮였던 공간 대신, 재건이 진행 중인 주거단지와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튀르키예가 내세우는 재건 의지와 성과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만 연설에서 선택된 언어는 또 다른 인상을 남겼다. '지진 관광객'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공방에서는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인 수사일 수 있다. 그러나 지진 3주기 추모식은 희생자를 기리고 상처를 되짚는 자리다. 그 공간에서 굳이 정쟁의 언어를 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재난 복구는 정치의 몫이지만, 동시에 정치가 가장 신중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성과를 말하는 일과 공방을 벌이는 일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추모의 시간이라면 더 그렇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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