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와 합의한 종전안에 돈바스 비무장지대 설치하기로"

젤렌스키 "돈바스 '특별경제구역' 설치시 국민투표 필요"
미·우크라, 영토·자포리자 원전 문제 합의 못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7.1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미국이 러시아에 제시한 종전안에 전선을 동결하고 돈바스 지역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23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합의한 20개 조항의 종전안을 현재 러시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주말 마이애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과 연이어 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신 종전안에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는 협정 체결일 기준 병력 배치선이 사실상의 접촉선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분쟁 종식에 필요한 병력 재배치를 결정하고, 향후 잠재적인 특별경제구역의 범위를 규정하기 위한 실무 그룹이 소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리가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하기를 원하고, 미국은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 중인 상황"이라며 "미국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형태인 비무장지대나 자유경제구역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을 비무장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하고, 도네츠크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자유경제구역 구상은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대신 러시아군도 진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의 양보를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철수가 반드시 러시아의 상응하는 조치와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무장 지대 설정은 우크라이나의 국민투표를 통과해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쟁점인 우크라이나 영토 할양 문제와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 문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정상급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전안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3국이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갖고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떻게 러시아와 공평한 무역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냐"며 우크라이나 측이 이 방안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침공의 이유라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초안에 "미국, 나토, 그리고 유럽 서명국들은 나토 조약 제5조에 부합하는 안보 보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나토 가입 신청을 법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종전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나토 회원국들의 선택이다. 우리는 이미 선택을 내렸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요구했던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선거를 두고서는 협정이 체결된 뒤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 행위 중단 뒤 100일 이내 선거 실시라는 이전 종전안 조건보다 완화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어떤 경우에도 이 계획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평화적 해결에 반대한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막으려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무기를 지원하고 동시에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24일 답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