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원, 시멘트기업 상대 인니 주민들 기후소송 심리 결정

주민 4명, 해수면 상승 피해보상 요구…환경단체 "중요한 성취"

2023년 6월 11일 스위스 서부 에클레펜스에 있는 시멘트 대기업 홀심 공장 옆에서 파리 섬 주민 에디(왼쪽)와 아스마니아가 사진을 찍고 있다. 2023.06.11.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빠진 인도네시아 파리섬 주민들이 주요 탄소배출 산업으로 지목받는 시멘트기업인 스위스 홀심을 대상으로 제기한 기후 소송을 스위스 법원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기후 소송을 법원이 접수한 첫 사례다.

로이터, AFP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스위스교회구호기구(HEKS/EPER)는 홀심의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 추크주 법원이 인도네시아 파리섬 주민 4명이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사건의 본안 심리로 나아가는 길이 열렸다. 기후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중간 단계의 중요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이들 주민 4명은 2023년 1월 홀심을 상대로 자신들이 입은 기후 피해를 보상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신속하게 감축하라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홀심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결정은 법정이 아닌 입법 영역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은 민주적으로 입법된 기후 정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홀심의 주장을 기각했다. 또 원고들의 섬이 사라질 운명이었다는 홀심의 주장도 반박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모든 개별적 기여가 필수적"이라고 명시했다.

홀심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사업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감축했다고 항변했다.

2023년 2월 23일 인도네시아 파리섬 주민 사르토노와 아내 아스마니아가 섬 앞바다에 조성한 해조류 양식장을 살펴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파리섬은 해수면 상승의 여파로 최근 몇 년 동안 42헥타르 규모 섬 면적의 11%가 사라진 상태다. 환경운동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파리섬이 2050년에는 완전히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고 4명은 홀심이 각자 3600스위스프랑(약 67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고, 맹그로브 식재와 방파제 건설과 같은 보호 조치에 나서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3%, 2040년까지 69%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홀심은 2019년 이후 인도네시아에 시멘트 공장을 소유한 적이 없지만, 섬 주민들은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책임이 홀심에도 있다"고 주장한다.

홀심은 2023년 유럽헌법인권센터(ECCHR) 보고서에서 1950년 이후 7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전 세계 산업 부문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0.42%를 차지한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