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반대에 트럼프 압박까지…EU, 러 동결자산 활용 '난항'

소식통 "미 정부가 '러 동결자산 우크라 지원' 반대하라고 압박"
러 자산 가장 많이 가진 벨기에도 반대 입장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촬영해 14일에 공개한 사진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도네츠크 지역 코스탸티니우카의 최전선 마을에 있는 파괴된 건물 안뜰의 잔해 사이를 걷고 있다. 2025.10.12.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 문제는 18일(현지시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EU가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싸고 단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U는 러시아의 해외 자산 약 2100억 유로(약 364조원)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재정난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EU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특히 자국과 가까운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이 계획을 거부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그들은 우리를 약하게 만들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U는 지난 10월에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러시아 자산 상당 부분을 보유한 벨기에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EU 집행위원회와 주요 회원국들은 벨기에 총리 바르트 더 베베르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협상을 이어왔으나, 최근 협상 분위기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EU 관계자는 “합의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며 회의 준비 과정에서의 실망감을 토로했다.

우크라이나는 내년에 717억 유로 규모의 재정 적자를 맞게 될 상황이라, 4월까지 자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공공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 이는 전쟁 장기화 속에서 국가의 사기와 방어 능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EU 내부에서는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재원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미국의 반대와 회원국 간 이견이 겹치면서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