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5년 내연차 퇴출' 철회…"中전기차 질주만 도울 것"
탄소배출 90%까지만 감축 '완화'…포드 전기차 개발 중단 등 업계도 속도조절
"내연기관 집착한다고 유럽 車업계 경쟁력 안늘어…단기적 이익 그칠 것"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의 압박에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2035년 신차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하는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을 수정해 2021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하도록 하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공개했다.
회원국 및 유럽의회의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2023년 EU가 야심차게 공식 승인했던 신규 내연차 전면 금지 조치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허용 받은 탄소 배출량을 EU 내에서 생산된 저탄소 강철 사용, 합성 전자연료, 농업 폐기물이나 사용 후 식용유 등의 비식량 바이오연료 등으로 상쇄해야 한다.
내연기관차 금지는 EU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졌지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 속도 둔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여건 미비를 이유로 2035년 퇴출 로드맵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특히 유력 완성차 업체들을 두고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과도한 탄소중립 속도를 비판하며 속도 조절을 주장해 왔다. EU 내 전기차 판매는 올해 1~10월 기준 26% 증가해 신차 시장의 16%를 차지했다.
EU는 다만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동화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에서 신규 자동차 판매의 약 60%를 차지하는 기업용 차량을 중심으로 전기차 도입을 확대하는 계획도 제시됐다. 2030년과 2035년의 국가별 목표는 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설정되며, 각국은 자율적으로 목표 달성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 소형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EU 내에서 생산될 경우 이산화탄소 목표 달성에 추가 크레딧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포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정책 후퇴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195억 달러(약 28조 66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 처리를 감수한 채 일부 전기차 모델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 나왔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도 취소했다. F-150 라이트닝 전기차는 가솔린 발전기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모델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동화 후퇴는 전통의 완성차 회사들이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해 고전하면서, 강제적이고 과도한 전기차 전환을 반대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다만 전기차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조치가 충전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과 중국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웨덴 전기차 제조사 폴스타의 미하엘 로슈렐러 최고경영자(CEO)는 "100% 무배출 목표에서 90%로 이동하는 것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 후퇴한다면 기후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경쟁력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청정교통 옹호 단체 T&E의 윌리엄 토츠 사무총장은 "EU가 시간을 벌고 있는 동안 중국은 앞서 달리고 있다며 "내연기관에 집착한다고 해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다시 위대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유럽 제조사들은 EU에 내연차 규제 완화를 압박해 왔다. 올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60%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제조사들이 시장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업체는 기존 고객층의 입맛에 맞춰 전기차 고급화 전략을 택했는데, 대중용 시장 틈새를 중국 업체들이 발 빠르게 파고들었다.
유럽 제조사들은 뒤늦게 더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유럽 업체들은 배터리, 희토류 등 생산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보훔의 자동차연구센터 소장 페르디난트 두덴회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내연차, 중국의 전기차, 유럽까지 세 갈래로 나뉘고,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시장은 미국·유럽보다 크고 성장 여력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두덴회퍼는 "내연차 생산을 계속할 수 있는 허가를 받으면 서방의 제조사들은 일종의 단기적 이익을 얻지만, 장기적으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며 "중국 제조사들의 이점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