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럽에 '결별' 선언 이어 "2027년까지 나토 책임져라"

로이터 "2027년까지 나토 재래식 방위 역량 맡도록 요구"
WP "트럼프에 아첨하더니…효과는커녕 더 많은 수습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연 기자회견 중 손짓을 하며 말하고 있다. 2025.06.2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유럽 동맹에 '결별'을 선언한 데 이어 2027년까지 유럽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를 구축하라고 통보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 관료들이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책 감독 회의에서 유럽 대표단에 2027년까지 나토의 재래식 방위 역량을 책임지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재래식 방위는 병력부터 미사일 등 무기, 정보 같은 비핵 자산을 포함한다. 미 관료들은 유럽이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의 나토 방위 조정 메커니즘 참여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의 재래식 방위책임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대거 이전되면 나토 운영 방식도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실상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약속 철회로, 군사 동맹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7년 시한이 트럼프 행정부 전체의 입장인지 미 국방부 일각의 견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입장에서 촉박한 마감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한 유럽은 미국의 군사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일어섰다. 트럼프 등장 이후 동맹 약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의 위협 증대를 계기로 자강에 힘쓰고 있기는 하다.

나토 회원국들은 6월 정상회의에서 미국 요구대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EU는 독자적 방위 역량 강화를 통해 2030년까지 '재무장'하겠다고 3월 선언했다.

6월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6.25.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제시했다는 2027년 마감 시한에 대해 "시간표가 경악스럽게 짧다. 유럽연합(EU)인들은 이 것이 의미하는 바에 준비돼 있지 않다. 환상은 무너지고 잔혹한 선택이 앞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때마침 트럼프 행정부는 5일 공개한 NSS에서 유럽의 자립과 나토 비확장 입장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유럽이 진보 성향의 기득권과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 때문에 '문명의 말살' 위기에 처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칼 빌트 스웨덴 전 총리는 엑스(X)에 "미국이 새 안보 전략에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는 지역은 유럽이 유일해 보인다"며 "이상한 일"이라고 썼다. 주미·유엔 프랑스 대사는 "유럽 부분은 마치 극우 정당 책자 같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이민 정책과 민주주의 퇴보로 '근본적 가치'를 잃고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럽이 문명적 자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WP는 이번 NSS에 대해 "수많은 유럽 지도자가 골프와 백악관 회동으로 트럼프를 달래려 아부하고 칭찬해 왔다"며 "이런 간청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피해를 수습할 거리가 더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