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키 우월한 아기 낳을래"…英서 '배아 선별' 시험관 시술 논란

美 다유전자 검사 기업 통한 배아 유전자 데이터 분석…영국선 불법
유럽 유전학회 "검증 안 된 비윤리적 기술"

시험관 시술 .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2019.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영국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IVF)을 받는 부부들 사이 태어날 아기의 지능지수(IQ)·키·건강 상태를 예측하기 위해 배아의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어나 논란이다.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최근 영국에서 시험관 시술 시 '더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갖겠다며 '다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미국 신생 기업들을 통해 배아의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받는 부부들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헌팅턴병, 겸상 적혈구 빈혈, 낭포성 섬유증 같은 중증 질환에 관해서만 배아 검사를 법적으로 허용한다. 다른 목적으로 배아를 골라내기 위한 다유전자 검사는 금지다.

미국 기업 헤라사이트는 5만 달러(약 7300만원)에 배아의 IQ·성별·키 및 심장병·일반 암·알츠하이머·조현병 등의 질환에 대한 위험 수준을 평가해 준다.

이에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 규제를 우회해 헤라사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환자들이 등장했다. 런던의 한 난임 클리닉 환자는 당뇨병 위험을 낮추고 IQ가 높은 배아를 선택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이 환자는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기꺼이 비용과 고통을 감수한다"며 "이렇게 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사립학교에 보내는 연간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다유전자 검사가 불법이지만 영국인 부부가 해외에서 해당 검사를 받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환자가 특정 배아의 이식을 요구할 경우 병원이 거부할 근거도 부족하다.

배아학자인 크리스티나 힉먼 박사는 "환자가 1번 배아 이식을 원하는데 병원이 거부하고 3번 배아를 주장한다고 해보자. 이 문제가 법정에 간다면 판사가 3번 배아를 이식해야 한다고 판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의학계는 다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윤리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한다. 유럽 유전학회(ESG)는 헤라사이트 등의 다유전자 검사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비윤리적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앵거스 클라스 카디프대학 교수는 이들 업체가 '최고의 아이'를 선택하게 해주겠다며 "감정적으로 민감한 부부들을 놓고 확실하지도 않은 과학을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를 받으려는 부부들이 부디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며 "그렇게 태어난 아이 역시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게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