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인 러브' 각본 쓴 英 극작가 스토파드 88세로 별세

제76회 토니상 수상식에 참석한 영국 극작가 톰 스토파드.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으로 잘 알려진 영국 극작가 톰 스토파드가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그가 소속된 영국 기획사 유나이티드 에이전츠가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스토파드는 잉글랜드 남서부 도싯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으며, 자세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인은 1937년 7월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싱가포르로 이주한 뒤 다시 인도로 탈출했다가 그곳에서 영국인 장교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하는 등 격동의 성장기를 보했다.

대학 진학 대신 영국 서부 브리스톨의 지역신문 기자로 일을 시작했으며, 곧 영화 평론 등의 글쓰기 작업에 몰두하다 본격적으로 극작가의 길을 걸었다.

29세이던 1966년 '햄릿'을 주변 인물들의 시선에서 재치 있게 재해석한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를 시작으로, 금세 현대 영어권 극작가 중 가장 지적인 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신학과 정치 이론, 정신과 육체의 관계, 창의성의 본질, 예술의 목적 등 광범위한 학문적 탐구를 이어가며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1982년과 2007년 각각 토니상을 수상한 '더 리얼 씽(The Real Thing)'과 '유토피아 해안(The Coast of Utopia)' 3부작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으로 각종 상을 받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는 과정을 로맨스와 코미디로 풀어내며 사랑과 예술을 유쾌하게 엮어낸 1998년 개봉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1999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학식과 상상력, 화려한 언어적 기교와 뛰어난 재치, 철학적 탐구와 욕망을 결합한 무대 작품으로 찬사를 받으며 비평가들에게 셰익스피어와 버나드 쇼에 비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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