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한테 준 황금은 뇌물일까?…스위스 기업인들 고발 당해

관세 협상서 트럼프에 골드바·롤렉스 선물
"정재계 협공 성과" vs "재벌·황금 외교"

미국 백악관의 황금 장식과 트럼프 대통령.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2025.11.18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과의 관세 합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준 초고가 선물은 뇌물일까 아닐까.

스위스 녹색당 소속 정치인들이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드바와 명품 롤렉스 시계를 선물한 스위스 기업인들에 대해 부패 혐의를 제기하는 고발장을 연방 검찰청에 제출했다.

녹색당의 라파엘 마하임 의원과 그레타 기생 의원은 "우리 제도의 신뢰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 스위스의 국제적 명성이 걸린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수사를 착수하면 해당 사건이 스위스 연방 형사법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SRF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8월 초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확정하면서 스위스에 39% 관세 폭탄을 부과했다.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협상이 틀어진 결과였다. 이에 스위스는 재협상에 매달려 이달 14일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협상 과정에서 롤렉스, 리쉐몽, 머큐리아, 파트너스그룹, MSC, MKS PAMP 등 스위스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11월 초 백악관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황금으로 된 롤렉스 탁상시계와 특별 제작한 13만 달러(약 2억 원) 상당의 골드바를 선물 받았다.

무역 합의에 대한 스위스 내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용적인 경제 외교", "정·재계 협공이 통했다"라는 평가와 동시에 '재벌 외교', '황금 외교'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정치평론가 하네스 브리치기는 "트럼프는 억만장자들의 아첨을 좋아한다. 스위스를 다시 눈에 들게 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금을 퍼줘야 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탈리아의 유럽의회 의원인 파스칼레 트리디코는 "외교 정책을 개인화한 것"이라며 트럼프에 대한 스위스의 황금 공세를 "역겹다"고 표현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