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휴전 직후 우크라 종전안 지시…"美 특사들, 중동 귀국길서 초안 작성"

WSJ "드미트리예프, 러 입장 덧대…우크라 뒤늦게 듣고 불리하다 반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이끌어 온 쿠슈너(왼쪽)와 위트코프. 2025.07.13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가자지구 전쟁을 멈춘 직후 우크라이나 종전안 마련을 특사단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 및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28개 항목의 종전안 초안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지난달 중동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계획 초안을 짜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10월 중순 가자지구에서 2년 만에 휴전했다.

미국에 돌아온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러시아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CEO) 겸 경제 특사를 접촉했다. 3인방은 10월 마지막 주말 마이애미에 위치한 위트코프의 자택에서 사흘을 함께하며 종전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 소식통은 종전안의 대부분 항목은 쿠슈너와 위트코프가 초안을 작성한 상태였다고 귀띔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완전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배제, 현 병력 규모 축소 등 러시아의 요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덧댔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서기는 이후 마이애미에서 쿠슈너와 위트코프를 만나 뒤늦게 종전안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우메로프는 러시아에 유리한 합의라며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16일이 돼서야 쿠슈너와 위트코프로부터 28개 항목의 평화 계획을 설명받았다. 젤렌스키는 중재 노력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 장관은 19일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첩보 지원을 다시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을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을 수용할 마감 시한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23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을 통해 '평화 프레임워크' (기본 틀) 을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에야 우크라이나 종전안 초안에 관해 전달받았다. 초안 공개 이후 일방적 종전 계획에 격분한 유럽 관료들과 미국 의원들의 전화가 그의 휴대전화에 빗발쳤다고 한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