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조력사 시행 불발…2번째 국민투표서 53% 반대
지난해 국민투표 거쳐 올해 법안 가결…반발 여론에 재투표 실시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슬로베이나에서 적극적 안락사의 하나인 의사조력사를 합법화하는 새 법률안이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 부결됐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약 53%의 슬로베니아 유권자가 조력사 합법화 법안을 반대했다. 약 47%는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는 향후 12개월 동안 동일한 문제를 다루는 법안에 대해 다시 투표할 수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반대 캠페인을 주도한 시민단체 '아동과 가정을 위한 목소리'의 대표 알레스 프림츠는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연대와 정의"가 승리했다며 "기적을 목격하고 있다. 생명의 문화가 죽음의 숭배를 물리쳤다"고 말했다.
앞서 슬로베니아 의회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55%의 찬성으로 본격 추진돼 지난 7월 조력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의식이 명료한 말기 환자가 견딜 수 없는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고, 모든 치료 조치가 소용이 없는 경우 의료진이 처방한 약물로 자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경우 의사 2명의 승인 및 숙려 기간을 거쳐 약물의 자가투여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가 가톨릭교회와 보수 야당의 지지를 받고 재투표를 촉구하는 4만 6000명의 서명을 모으면서 새로운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투표 전 로베르트 골롭 슬로베니아 총리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존엄성을 가지고 마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법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조력사 허용이 "복음, 자연법,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의 근본에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유럽 국가는 말기 환자가 생을 마감하는 데 의료적 도움을 받는 조력사를 허용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조력사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하원, 지난 6월에는 영국 하원이 환자 조력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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