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경제 장관 "미국 관세 합의, 악마에 영혼 팔지 않았다"

대미 투자 2000억달러, 관세 39→15% 인하
녹색당 "항복" 협정 비난…"악마와의 거래"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왼쪽)과 기 파르멜랭 경제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국무부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5.8.6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위스의 기 파르멜랭 경제장관은 미국과의 관세 합의를 위해 "영혼을 팔지 않았다"며 일부 야당의 비판을 일축했다.

스위스가 미국과 새로운 관세 체계를 합의한 것이지 악마와 거래한 것이 아니라고 파르멜랭 경제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파르멜랭 장관은 현지 신문 '타게스인차이거'와 인터뷰 기사에서 지난주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대해 "우리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서 스위스 정부가 "항복"했다는 야권의 비판을 일축한 것이다.

지난주 스위스는 미국에 2000억 달러 투자를 대가로 스위스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기존 39%에서 15%로 낮추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아직 구속력 있는 최종 합의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녹색당은 이번 합의에 대해 "항복 협정"이라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을 스위스 농민과 소비자 이익보다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협정에 따라 스위스는 농업·산업 분야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자국 내 수입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르멜랭 장관은 이번 합의에 대해 "만족한다"고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전부터 스위스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모색해왔다고 반박했다.

스위스 산업계는 이번 협정을 환영하며,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맺은 유사한 협정과 동일한 조건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당은 양보 폭과 협상 과정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롤렉스와 리치몬트 같은 스위스 기업 경영진이 워싱턴에 로비를 벌인 것도 논란이 됐다. 양국 합의가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낮아진 관세율이 수일 내 발효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 협정은 비구속적 성격을 띠며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최종 합의안은 의회 승인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