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발 진보 돌풍, 전 세계 확산할까…"뉴욕도 독일도 같은 문제"

트럼피즘·극우 포퓰리즘 확산 속 진보 정치 희망

맘다니. 2025.10.13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34)가 일으킨 진보 돌풍이 전 세계적인 극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확산을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맘다니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부유세 인상, 임대료 동결, 공공주택 확대, 무상 보육을 골자로 한 진보 공약을 내세웠다. 젊은층과 유색 인종 유권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50%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맘다니의 뉴욕 시장 당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주축으로 기세등등하던 글로벌 우파에 경종을 울린 한편 세계 진보 정치인들에게는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

영국 녹색당, 독일 좌파당, 프랑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당 등 유럽의 주요 좌파 정당들은 맘다니의 승리를 계기로 진보 정책을 타협하거나 우파의 공세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새로 다졌다.

진보 세력은 맘다니의 전략을 자국에 대입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럽 진보 정치인들은 뉴욕에서 맘다니의 선거 운동을 직접 도우며 적극적인 연대에 나섰다. 독일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뒀고 프랑스는 2027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4.10.10 ⓒ AFP=뉴스1 ⓒ News1

얀 반 아켄 독일 좌파당 대표는 "뉴욕 시민이 직면한 문제는 독일인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와 매우 비슷하다"며 "집세는 감당할 수 없게 비싸고 식료품, 전기, 난방, 대중교통 요금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른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유럽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프랑스 국민연합(RN), 영국 개혁당 등이 미국의 트럼프를 자처해 왔다. 이들은 경제적 불안정과 기득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 다문화 갈등을 등에 엎고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폴란드 논평가 위톨드 주라즈는 '터보(초고속) 자본주의'의 병폐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진보 엘리트'가 일반 유권자와 동떨어진 얘기로 '트럼피즘'(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 을 부추겼다고 폴스키에라디오에 지적했다.

맘다니는 구체적인 공약으로 서민들 일상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인도계 이민자인 그는 다양성을 배척하기보다 끌어안았다. 그는 4일 승리 연설에서 '예멘계 식료품점 주인', '세네갈계 택시 운전사', '우즈베키스탄계 간호사'인 유권자들에게 먼저 감사를 표했다.

조라 맘다니. 2025.08.14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커라초니 게르게이 시장은 지난 6월 미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서 맘다니가 선출되는 이변이 벌어지자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어떻게 기능하게 될지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캐나다 진보정당 신민주당(NDP)의 자그밋 싱 전 대표는 "노동계급에 어려운 시기 뉴욕 시민들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인도 야권 의회당의 아비쉔 마누 싱비 대표는 "트럼프 시대에도 진보적 가치가 번영할 수 있음을 젊음과 에너지, 역동성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필립 쾨커 하노버대학 교수는 "극우 포퓰리스트에게 표를 잃고 싶지 않다면 반이민 정책 등으로 극우를 흉내내기보다 자신들의 핵심 쟁점에 집중하며 현안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