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영성체 차단한 美이민국 구치소에 "영적 필요 존중해야"

마태복음 인용 "세상의 끝에 '이방인 어떻게 맞았나' 질문 받을 것"
트럼프, 베네수엘라 주변 병력 배치에 "군대, 평화 수호해야" 비판

레오 14세 교황이 2일(현지시간) '위령의 날'을 맞아 이탈리아 로마 베라노 공동묘지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25.11.02.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하에서 구금된 이민자들의 영적 필요가 존중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다시 비판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AFP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에서 시카고 근교 일리노이주 브로드뷰 이민국 구치소에 구금된 이민자들이 영성체를 받을 기회를 거부당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앞서 지난 1일 가톨릭 주교를 포함한 성직자 대표단은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구금자들에게 영성체를 주려 했으나 구치소 출입을 거부당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마태복음 25장을 인용해 "예수는 세상의 끝에 우리가 '너는 이방인을 어떻게 맞이했느냐? 너는 그를 맞이하고 환영했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았느냐?'라고 질문받을 것이라고 아주 분명히 말한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수년, 수십 년 동안 살아오며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많은 사람이 현재 일어나는 일로 깊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목 담당자들이 그 사람들의 필요를 돌볼 수 있도록 당국이 허용하기를 권고한다"며 "많은 경우 그들은 오랜 기간 가족과 떨어져 있다.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영적 필요 역시 돌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중도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이민자 포용과 환경 보호 같은 영역에선 진보이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노선이다.

지난달 9일 즉위 후 처음으로 발표한 사도적 권고를 통해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이 교회의 사명 중심에 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까지 '가난한 이들'에 포함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 단속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주변 해역에 병력을 배치한 데 대해서도 "폭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대의 역할은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이 경우 상황이 달리 보인다. 이는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야 할 일은 대화를 추구하고, 존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바른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