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리 "EU 가입자격 안돼" 지적에…튀르키예 대통령 "왜 가자 침묵" 발끈
정상회담 자리서 공개 설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독일 총리와 튀르키예 대통령 간에 설전이 오가는 외교 현장에서 드문 일이 벌어졌다.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 가입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하자 '왜 가자지구 문제에 침묵하느냐'고 따진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알바니아 매체 폴리티코(politiko)에 따르면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간 회담에서 가자지구 정세와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회담에서 튀르키예는 유로파이터 전투기 20대를 구매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그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설전을 시작했다. 메르츠 총리는 "튀르키예는 아직 법치와 사법 독립 등 EU 가입 핵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러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의 이스라엘 및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원죄 의식을 갖고 있는 독일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6만 명 이상의 어린이, 여성, 노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하마스는 핵무기도, 폭탄도 없지만 이스라엘은 모두 갖고 있다. 어젯밤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독일은 이걸 보지 못하나? 팔레스타인 민족을 굶주리게 하고 집단 학살하려는 시도를 보지 못하나?"라고 따졌다.
메르츠 총리는 이에 대해 "독일은 이스라엘 국가를 계속 지지할 것이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다.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았다면 많은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아이들은 하마스의 인질이다. 이 사태가 끝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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