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동결자산 활용 우크라 대출' 합의 불발…추가 논의

EU 정상회의…동결 유지 재확인 및 우크라 재정지원 방안 마련만 합의
벨기에, 법적 위험성 제기…"전후 러의 청구권 행사시 공동 부담 약속해야"

2024년 3월 12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RIA 노보스티 통신사와 인터뷰 중인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모습과, 2024년 6월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샹그릴라 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모습.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유럽연합(EU)이 23일(현지시간)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의 긴급한 재정 수요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대출을 제공하는 계획은 승인이 보류됐다.

로이터 통신과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를 제외한 EU 26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가 끝난 후 "우크라이나의 재정 수요 평가에 따른 재정 지원 방안 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때까지 러시아의 자산은 동결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안과 달리 이번 성명엔 '배상금 대출'이라는 명칭으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지원하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앞서 EU는 지난달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1400억 유로(약 231조 원) 신규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만기가 도래해 현금화된 자금을 EU가 빌려 우크라이나에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벨기에가 법적 위험성을 제기하면서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동결 자금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국제 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에 예치되어 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전후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를 다른 회원국이 "위험을 전적으로 공동 부담"하겠다고 약속하고 자금 상환 시 보증을 제공해야 하며 "자산을 동결한 모든 국가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도 쟁점이라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짚었다.

프랑스는 자금이 주로 유럽산 무기 구매에 사용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일부는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자유롭게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러시아 자금을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의 군사 생산에 활용해야 한다"며 "그게 더 싸고 더 빠르다. 우리는 장거리 무기, 드론, 전자전, 미사일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했다.

EU는 추가 논의를 거쳐 12월 열릴 차기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결정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EU 관계자는 정상회의에서 "정치적 의지는 분명하며, 절차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