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기다린 정의, 법정에서 결국 무산…‘블러디 선데이’ 영국군 무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법원이 1972년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 당시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군 전 낙하산부대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진행된 유일한 군인 재판이었다.
벨파스트 고등법원은 23일(현지시간), ‘병사 F(Soldier F)’로 알려진 피고에게 살인 2건과 살인미수 5건 등 총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을 주재한 패트릭 린치 판사는 “피고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밝혔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런던데리(현 데리)에서 벌어진 민권 시위 도중 영국군이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가톨릭계 민간인이었으며, 이 사건은 이후 수십년간 영국과 북아일랜드(정확히는 아일랜드 통일을 지지하는 북아일랜드 내 가톨릭계 민족주의자와 영국 잔류를 지지하는 북아일랜드 내 개신교계 연합주의자) 사이 정치적·사회적 갈등의 상징으로 남았다.
영국 정부는 2010년 공식 사과를 발표하며, 당시 사망자들이 무고했으며 군의 발포는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군인들에 대한 형사처벌 시도는 대부분 무산됐고, 병사 F에 대한 이번 재판이 유일한 사례였다.
이번 재판은 배심원 없이 한 달간 진행됐으며, 피고는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50년 전 작성된 군 내부 진술서가 신뢰성이 부족하고 독립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병사 F는 2016년 경찰 조사에서 “당시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믿지만, 현재는 사건에 대한 명확한 기억이 없어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북아일랜드 내 오랜 갈등의 상처를 다시금 드러내며, 정의 실현을 요구해 온 유족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영국군의 과거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시도가 좌절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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