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만나기 전에…우크라 도울 방법 서두르는 유럽

23일 EU 정상회의서 우크라 지원 강화·대러 추가 제재 논의
'의지의 연합'도 이번주 회의…일부 정상들 헝가리행도 검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10.17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헝가리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비호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럽이사회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를 추가로 압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조만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미·러 정상회의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트럼프와 푸틴의 일방적인 종전 압박을 피할 방어막을 둘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먼저,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1400억 유로(약 230조 원)를 대출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EU는 해당 계획을 현실화하면 향후 2~3년간 우크라이나에 전쟁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9차 러시아 제재 채택에도 속도를 낸다. EU 집행위는 러시아가 제재 회피용으로 활용하는 외국 은행·암호화폐 차단 및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단계적 중단을 골자로 하는 제재안을 마련해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위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관건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다. EU 지도부는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협상을 벌여 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국경일 행사로 23일 EU 정상회의장에 늦게 도착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U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2028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 역시 지난 20일 승인했다. 표결은 추후 가중다수결(총 27개 회원국 중 EU 전체 인구의 65%를 충족하는 15개국 이상의 찬성)로 진행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일부 유럽국 정상들은 트럼프와 푸틴의 헝가리 정상회담에 직접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어떻게든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 참석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5.09.05.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전후 우크라이나 평화 구축을 위한 30여개국 모임)은 이번 주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휴전 전·중·후 모두에서 최대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우크라이나가 미·러 정상들의 압박에 못 이겨 동부 돈바스를 러시아에 넘기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한다. 영토를 내줄 경우 러시아에 향후 발트 3개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침공의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 보기 때문이다.

미·러 정상회담은 하필 친러 성향이 강한 헝가리에서 열린다. 한 EU 관계자는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우크라이나 핵 포기를 대가로 한 열강의 안보 보장)를 언급하며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