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30개국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과 첫 면담

강력한 성범죄 대책 요구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토로

19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미사 중 한 아기를 축복하고 있다. 2025.10.19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성직자가 저지른 성범죄 피해자들과 첫 면담을 가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20일(현지시간) 30여 개국 성직자 성폭력 피해자 대표들과 만났다.

미국의 '성직자 학대 종식'(ECA)이라는 단체의 공동 창립자 팀 로우는 이날 만남은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1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목표는 교황과의 관계 구축과 지속적인 논의 약속을 얻는 것이었으며, 교황은 두 가지 모두에 개방적이었다"며 참가자들이 교황에게 미국에서 이미 채택된 성폭력 '무관용 원칙'을 전 세계 교회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원칙은 가톨릭 사제나 부제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추행 행위가 단 한 건이라도 입증되거나 이를 자백할 경우 해당 사제나 부제를 영구적으로 사목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로우는 "레오 14세가 '그건 어렵다'며 '세계 특정 지역에서 보편적 법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후 우리는 그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회동에서 레오 14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며,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했을 때 많은 아프리카 주교가 이를 거부한 사례를 언급했다.

로우는 또 회동에서 최근 발표된 교황청의 미성년자 보호 위원회 보고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솔직히 말해 그 보고서가 훌륭하고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하지만 행동이 없다고 지적했다"면서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교황이 한 것처럼 이야기해선 안 되겠지만, 교황께서 이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동이 "큰 진전"이라며 "역사적이고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ECA는 지난 5월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에게 회동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추기경을 포함한 가톨릭교회 고위 성직자들의 성범죄와 은폐는 가톨릭교회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를 조사할 위원회를 설치했다. 2021년에는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의 성직을 박탈하고 가중 처벌하도록 교회법을 38년 만에 개정하기도 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