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보당국, 자국 정치인들에 이례적 '중·러·이란' 간첩 주의보

"잦은 비공식 만남 요청·과도한 아첨 경계해야"

영국 국내 정보기관인 MI5의 켄 매컬럼 국장. 2025.04.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영국 정보당국이 자국 정치인들에게 중국, 러시아, 이란 간첩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례적 경고를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내 정보기관 MI5의 켄 매컬럼 국장은 13일(현지시간) 의원 및 그 직원들에게 보낸 권고문에서 협박이나 피싱 공격을 하거나, 장기적이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거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부금을 제공해 정보를 캐내려 하는 간첩들의 시도를 경계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비공개 만남을 자주 요청하는 등 이상한 사회적 교류"를 주시하고 "과도한 아첨"을 경계하라고 촉구했다.

매컬럼 국장은 "외국 정권이 영국의 핵심 정보를 훔치거나 민주적 절차를 조작할 경우, 이는 단기적 안보 손상에 그치지 않고 주권의 기반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지침을 읽는 모든 분은 영국 민주주의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깊이 염려하고 계실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 바로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권고는 영국 검찰은 지난 7일 중국을 위한 간첩 혐의로 영국인 남성 2명에 대한 기소를 철회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국가 안전에 해로운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중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해 기소를 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정치권은 책임 공방을 벌였다. 보수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노동당은 야당의 주장을 부인하며 이 사건이 보수당이 집권할 때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이 관련 영국인들에게 '영국 정보 유출'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완전히 조작된 악의적 비방임을 강조해 왔으며,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MI5가 외국의 간첩 활동에 대해 의원들에게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1월 MI5는 크리스틴 리 변호사가 "중국 공산당을 대리해 현직 및 입후보 의원들의 재정 기부를 중개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보낸 적이 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