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도발에 나토 동부전선 일촉즉발 위기…드론장벽 세우는 유럽
전투기·드론 영공 침범에 해상 도발까지…러, 하이브리드 위협 수위 높여
푸틴 "우리가 종이호랑이면 나토는 뭔가"…트럼프 발언에 맞불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이 동부 국경을 따라 가상의 장벽을 세운다. 드론과 전투기, 군함을 통한 러시아의 도발이 점점 노골화되면서다.
지난달 러시아 MiG-31 전투기 3대가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 영공을 12분간 침범하고, 폴란드 영공에 러시아 드론 약 20대가 진입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투기에 격추된 데 이어 북유럽 덴마크까지 러시아의 도발을 받았다.
덴마크 정보당국은 3일(현지시간) 자국 해협에서 러시아 군함이 덴마크 함정을 향해 무기를 조준하고 충돌 가능성이 있는 항로로 항해하는 등 반복적인 위협 행위를 자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군사적 긴장감은 정치적 설전으로도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를 '종이호랑이'에 비유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발다이 토론클럽 연설에서 "우리가 종이호랑이면 나토 전체와 싸우는 우리는 무엇인가"라고 맞받아치며 날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복되는 드론 위협에 유럽연합(EU)은 동부 국경을 따라 '드론 장벽' 구축 추진에 나섰다. 이는 물리적 장벽이 아닌 레이더와 전파 교란 장치 등을 연계해 미확인 드론을 탐지·추적·요격하는 통합 방공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구상을 "신속한 탐지, 요격, 필요시 무력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며 우크라이나의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드론 장벽 구상을 둘러싸고 EU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발트 3국은 시급성을 강조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성럽 국가들은 막대한 비용과 실효성에 신중한 입장이다.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EU와 나토 중 누가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러시아의 회색지대 도발에 나토는 나름대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폴란드와 에스토니아의 요청으로 나토 헌장 4조 집단방위 조항에 따른 긴급 협의를 두 차례나 소집했고, 모든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해 모든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부터는 동부 전선 방어를 대폭 강화하는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 작전을 개시했다. 덴마크의 F-16 전투기와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독일 유로파이터 전투기 등이 동부 전선에 배치됐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나토 내부에서는 러시아 항공기 영공 침범 시 격추 여부를 포함한 교전규칙 변경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토가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정치과학연구소의 알렉산드르 부릴코프 연구원은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드론 기술 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비해 많이 뒤처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드론 사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과민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릴코프는 "드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최고의 드론을 비축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유럽은 생산 능력을 구축하고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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