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보건 장관 "임신 중 타이레놀 먹지 말란 트럼프 말 듣지 마라"
영국 NHS·MHRA·자폐증협회 등도 트럼프 반박
"자폐 연관성 없다…통증·발열이 더 위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녀의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영국 보건장관이 이를 즉각 반박하고 임신부들에게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장관은 ITV ‘로레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의사들을 신뢰한다”며 “예비 엄마들은 그의 근거 없는 주장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진통제 타이레놀(영국에서는 파라세타몰로 불림)이 임산부에게 “좋지 않다”며 해당 약물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 내 의사들이 타이레놀을 처방하지 않도록 권고받을 것이라며, 임신부들은 “절대 복용하지 않도록 강하게 저항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스트리팅 장관은 “임신부가 파라세타몰을 복용하는 것과 자녀의 자폐증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지난해 스웨덴에서 240만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의학에 대해 하는 말은 무시하고, 영국의 의사와 과학자,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조언을 따르라”고 당부했다.
영국 보건당국 역시 파라세타몰이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진통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NH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 중 복용할 수 있는 진통제로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약물”이라며 “임신 중 흔히 복용되며, 아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반면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은 태아의 혈액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으며, 치료되지 않은 발열 역시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
영국 자폐증 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위험하며, 반(反)과학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의약품 및 건강관리제품 규제청(MHRA)도 “백악관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파라세타몰은 지침에 따라 복용할 경우 임신부에게 권장되는 진통제”라고 밝혔다. 이어 “치료되지 않은 통증과 발열은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태아 발달 문제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를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주장은 아동의 신경학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료진에게 타이레놀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되, 해당 약물이 임신부의 발열과 통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안전한 일반의약품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FDA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이 일부 연구에서 언급됐지만,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으며, 이에 반하는 연구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은 올해 8월 발표된 한 문헌 리뷰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총 46편의 기존 연구를 분석했는데 그중 27건은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및 ADHD를 포함한 신경 발달 장애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했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RFK 주니어 장관은 FDA가 해당 약물의 안전성 경고 문구 변경 절차를 시작하고, 공중보건 캠페인을 통해 대중 인식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네디 장관은 과거에도 자폐증 증가 원인을 백신 탓으로 돌리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포함해 여러 차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의료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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