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한다면서 본인은 세금 누락…'레드 퀸' 英 부총리의 몰락
레이너 부총리, 부동산 취득세 누락 인정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영국의 '레드 퀸'(Red(노동계층 상징색) Queen·붉은 여왕)으로 불리는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45)가 거액의 세금 누락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집권 노동당 정부는 증세를 추진하면서 정작 집안 단속은 못한다는 비판에 처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레이너 부총리는 3일(현지시간) 최근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취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국세청(HMRC)에 더 낼 세금이 있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주택부 장관이기도 한 레이너 부총리는 "항상 원칙을 지켜 왔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받은 조언에 따라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레이너 부총리는 올해 5월 영국 남부 휴양지 호브에서 80만 파운드(약 15억 원) 짜리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에게 추가로 부과되는 세금을 기존 집의 지분 포기 등으로 교묘하게 회피해 재산세 4만 파운드를 아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대 야당인 보수당의 멜 스트라이드 하원의원(예비 내각 재무장관)은 세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주택 장관이자 부총리가 정확한 세율로 납세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지키지도 못할 규칙을 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계층 출신인 레이너는 가족들과 공공주택에서 생활하며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16살에 임신해 학교를 그만뒀다가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했고, 노조 활동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동안 유력한 차기 노동당 대표로 꼽혔다.
데일리메일은 "붉은 여왕 레이너가 자기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무참하게 몰락했다"고 보도했다. 진보 매체 가디언마저 노동당이 극우 영국개혁당(Reform UK)에 지지율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노동자 편임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의 재정 통제 역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난 2일 영국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5.723% 상승, 1998년 5월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스태그플레이션(경제 성장 둔화+물가 상승) 우려 속에 이번 주 경제 자문단을 개편했다. 영국은 다른 서방국들과 비교해 고물가(7월 기준 3.8%)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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