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동부 점령지 전초기지화…"양보하면 다음 침공 길 여는 것"

공항·공장·학교 등 민간 시설 군사용 개조
EU 외교수장 "영토 양보 강요는 푸틴 함정 빠지는 것"

도네츠크의 비밀 장소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의 젊은 군인들. 2025.05.01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이미 전초 기지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요구대로 영토 양보가 이뤄질 경우 다음 침공의 길을 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높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21일(현지시간) 위성 사진과 현지 활동가들이 제공한 정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를 거대한 군사 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점령지의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 시설을 병력 주둔과 탄약 수송, 드론(무인기) 발사용 기지로 개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네츠크의 한 활동가는 "손에 닿는 모든 걸 군사화하고 한다"고 말했다.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 사진을 보면 수년간 방치돼 있던 도네츠크 국제공항에서 지난 7월 러시아군이 활주로를 재포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의 민간 오픈소스 정보수집(OSINT) 단체 키베르보로슈노는 공항의 새로운 구조물이 러시아의 장거리 드론 보관·발사를 위한 용도라고 분석했다.

마리우폴의 트랙터·견인차 생산 공장은 러시아가 점령한 뒤 군사 기지로 변모했다. 루한스크 외곽의 우유 공장은 러시아의 차량 정비 기지로, 도네츠크의 한 학교는 탱크 방공호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위치한 아조프해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 인기 휴양지였지만 러시아군의 막사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는 얼마 남지 않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러시아군 비장악 영토를 요새화해 러시아의 서진을 저지해 왔다. 이들 지역은 산과 인공 언덕이 자리해 초원 지대보다 방어력이 뛰어나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평화 협정을 명목으로 돈바스의 남은 지역까지 러시아에 양보한다면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남은 최고의 요새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22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강요한다면 "푸틴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토 교환이 협상 쟁점으로 떠오른 데 대해 "푸틴은 웃고 있을 뿐이다. 살상을 멈추긴커녕 오히려 늘리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단 한 번도 양보한 적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