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안내 무시한 돌로미티 조난객…헬기 구조 후 날아온 거액 청구서

"영국인 60대 등산객, 최소 4개 표지판 경고에도 무리한 산행"
알프스·돌로미티서 올 여름 80여명 사망…"구조헬기 택시처럼 이용" 비판

이탈리아 트렌토에 있는 돌로미티 산맥.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인 등산객이 표지판을 무시한 채 위험 지역을 등산해 이탈리아 북동부 돌로미티산맥에서 구조된 뒤 1만4225유로(약 23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 등산객은 지난달 31일 경고 표지와 통제선을 무시하고 위험 지역에 진입한 뒤 구조 요청을 했다가, 구조 헬기 2대와 수십 명의 구조대원의 도움으로 구조된 뒤 거액의 청구서를 받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 같은 지역에서 구조된 벨기에 국적의 등산객 2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부담했다. 이는 영국은 2020년 유럽연합(EU)을 탈퇴했고 벨기에는 EU 회원국인 것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국립 산악·동굴 구조대(CNSAS)에 따르면 올해 6월 21일부터 7월 23일까지 이탈리아 알프스와 돌로미티산맥에서 등산 중 사망한 사람은 80명을 넘어섰다. 이번 세기 들어 최악의 등산 시즌으로 기록되고 있다. 실종자도 5명이다. 구조 요청 역시 지난해 대비 20% 증가해, 코르티나 및 산비토디카도레 지역의 일부 위험 산책로는 폐쇄됐다.

CNSAS는 영국인을 구조한 당일 저녁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아침 파소 트레 크로치에서 출발했던 60세 영국인 등산객이 베르티 비아 페라타에 있는데 위에서 낙석이 떨어지고 있다고 구조 전화를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해발 약 2400m 지점에서 그를 구조했고, 당국은 위험 구간을 추가로 폐쇄했다.

구조당국은 그가 '폐쇄' 안내 표지판을 무시하고 무리한 등산을 감행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꼽고 있다.

마우리치오 델란토니오 CNSAS 대표는 영국 남성이 최소 네 개의 안내 표지판을 무시하고 장애물 하나는 기어올라 돌아갔다고 했다. 당시 다른 등산객들이 그에게 되돌아가자며 함께 하길 권유했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산행을 강행했다.

돌로미티 지역 보건당국의 주세페 달 벤 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헬기의 운용 방식에 대해 숙고할 기회"라며 "산악 환경에서는 헬기가 긴급 구조에 꼭 필요하나, 마치 택시처럼 사용하는 건 구조자와 환자의 생명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