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고 가 밴에 밀어넣어"…병력부족 우크라 폭력 징집 논란

강제로 끌고 가 승합차에 태우는 영상 일파만파
병력 동원 러 대비 부족한 우크라, 강제 징집도 불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 장병들이 포격에 다친 전우를 이송하고 있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2023.1.2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고질적인 병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강제 징집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징집 담당자들이 길거리에서 남성들을 강제로 끌고 가 승합차에 밀어 넣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확산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에서는 징집을 피해 도망치던 남성이 다리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징집 대상은 25세 이상 남성이며, 24세 미만은 자원입대만 가능하다. 징집 연령을 낮추라는 서방의 요구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래 세대를 희생할 수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월간 동원 가능 병력은 최대 2만7000명 수준으로, 매달 3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러시아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다. 이 병력 격차는 전선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격적인 징집 활동에 나선 배경이 됐다.

이후 인터넷에는 군 징집 담당자들이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길거리에서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영상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남성들은 저항하며 절규하지만 결국 강제로 승합차에 태워지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분노하며 항의한다. 수도 키이우의 한 콘서트장 밖에서는 공연을 보고 나온 남성이 경찰에 강제로 연행돼 징집 당국으로 끌려가는 영상도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강압적인 징집에 대한 반발은 전국적인 저항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가 시작된 사건은 올해 상반기에만 5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저항은 때로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도 한다. 징집 담당 장교가 시민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논란이 커지자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는 진화에 나섰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지난 6월 "동원령이 국민에게 충격을 줘선 안 된다"며 징병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 징집에 연루된 관리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데니스 슈미할 국방장관 또한 강제 동원 사례 근절을 위해 군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공식 발표 이후에도 강제 징집 영상이 계속 공개되며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체로 군을 신뢰하지만 징집 방식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인포사피에스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3%는 군을 전반적으로 신뢰한다고 답했으나, 77%는 신병 모집소에 불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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