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너무 오래했나…"전시통치로 정적 제거·충성파 심기"
FT "전시 계엄령 빌미로 반대파 무력화·권력 공고화 우려 심화"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시 통치가 길어지면서 반대 목소리 탄압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반부패를 내세운 비판 세력 단속과 충성파로 고위직 채우기가 심해지면서 젤렌스키 정부가 권위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수사국(SBI)은 이달 들어 유명 반부패 운동가 비탈리 샤부닌과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전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의 자택을 급습해 휴대전화와 전자기기를 압수했다. 당국은 해당 조치가 부패 수사와 연관 있다고 주장했다.
샤부닌과 쿠브라코프는 모든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압수 수색이 진행됐다고 반발했다. SBI 요원들이 법원 발부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변호사를 대동할 시간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 온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 등 여러 정치인에 올해 초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들은 과거 친러시아 세력의 불법 석탄 판매 지원으로 안보 위협과 반역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포로셴코는 젤레스키 대통령의 정적 제거 작업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적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당국이 전쟁을 핑계로 거추장스러운 정치적 반대자와 지방 정부, 전문가, 언론인, 운동가를 탄압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달 초 내각을 전격 개편하면서 충성파인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을 신임 총리로 앉혔다.
FT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측근들이 계엄령 하의 특별 권한을 이용해 비판 세력 무력화와 시민사회 지도자 탄압을 시도하고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비판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운동가와 독립 언론, 서방 관계자들 사이 주권 수호를 이유로 시작한 조치가 집권층 입맛대로 국가를 재편하는 움직임으로 변질됐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당선됐다. 임기는 5년이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계엄령과 전시 내각 체제가 선포되면서 통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TV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엉겁결에 대통령이 돼 부패를 척결하는 주인공을 맡았다.
우크라이나 대중지 '우크라이나 트루스'는 사설을 통해 "젤렌스키가 전쟁을 빌미로 부패한 권위주의로 향하는 첫걸음을 자신 있게 내딛고 있다"고 비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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