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당국, 여객기 조종사 '2명→1명' 변경 추진…안전 우려
獨·英 등 수십 개국, 시범 운영 추진…유럽항공청 "2027년 현실화 가능성"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글로벌 항공 업계와 당국이 여객기 조종실 인원을 현행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주목된다. 비용 절감 효과는 있지만,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 뉴질랜드 등 40여 개국은 조종사를 1명만 두는 비행 허용을 유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요청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 역시 이 같은 단일 조종사 비행 운영 방안과 감독 규칙 마련을 위해 항공사 및 항공기제조업체들과 협력해 왔다. EASA는 조종사 1명으로 운영되는 단일 조종 비행이 2027년이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종사 협회는 안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호주국제조정사협회 회장 토니 루카스(콴타스 항공 에어버스 SEA330 기장)는 "조종사가 1명이면 긴급 상황에 휘말릴 때 대처할 시간이 없다"면서 "지금 이 변경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매일 비행기를 모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이 잘못되면 순식간에 큰일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꼽히지만, 사고가 날 경우 가장 치명적인 사고를 낼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이 때 조종사의 대처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2009년 6월 1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447편 여객기에서는 대서양 1만670m 상공에서 기장이 휴식을 취하고 부조종사 2명이 비행기를 몰던 중 기내 속도 측정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기장이 문제를 인지해 90초 뒤 조종석에 도착했을 땐 기내 공기역학기능이 멈춰 있었고, 3분 뒤 비행기가 물에 닿으며 탑승자 228명 전원이 사망했다.
같은 해 1월 15일에는 미국 에어버스 A320편 여객기가 이륙 직후 거위 떼를 만나 두 엔진이 모두 꺼지자,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와 일등 항해사 제프리 스카일스가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무사히 착륙시키는 일도 있었다. 조종사들의 대처 능력으로 사망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아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루카스는 또 조종사들이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옆에서 선배 조종사의 비행을 보며 노하우를 익히고 성장하는 현재 업계 구조에서, 조종사 1명으로 운항하게 되면 후배 조종사를 지도할 기회가 사라지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현재 항공운항서비스에서도 기술 발전으로 많은 기능이 자동화 및 원격지원화 되는 추세로, 너무 많은 인력은 불필요한 비용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50년대부터 민항기 조종사 '붐'으로 파일럿이 늘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EASA 관계자 "잠재적으로 우리는 조종사가 1명만 있는 비행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유럽연합(EU)이 EASA에 요청한 단일 조종사 운항 허용 조건은 2인 조종사 운항 시와 같은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동남아시아 대표 알렉산더 펠드먼은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블룸버그 비즈니스 서밋에서 "심리적 장벽은 기술적 장벽보다 더 어려운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은 단일 조종사 운항이 가능할 만큼 발전해 있고, 규제 당국과 일반 대중도 편안할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단일 조종사 운항은 이·착륙 시가 아닌 순항 시점에 부분 허용하는 방안으로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이·착륙 시에만 2인 조종을 하고, 순항 시점엔 조종사가 교대로 휴식을 취하는 식이다. 현재는 기장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부조종사가 1명 더 탑승해 대기하는데, 이 경우 1명의 조종사 추가 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부분 단독 운항 모델은 2027년쯤이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EASA의 설명이다.
궁극적인 단일 조종사 운항 모델은 모든 비행 시에 조종사를 1명만 두는 것으로, 조종사가 지금처럼 전체 운항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 등 완전 자동화 기술로 운항되는 비행기에 최소한의 감독 기능만 하는 모델을 업계는 지향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비행은 최소 2030년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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