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서거] 엘리자베스 2세 서거에 '전쟁·분열'의 전 세계 잠시 단합

영연방 정상들부터 英과 갈등 빚었던 국가 정상들까지 애도
푸틴 러 대통령도 찰스 3세에 서한…트럼프 "함께 했던 시간 간직"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2022년 6월 5일 런던 버킹엄 궁 발코니에서 플래티넘 쥬빌리 축하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군주 재위 기간 70년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향년 96세로 서거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8일(현지시간) 서거 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를 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가 갈등과 분열 속에 있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소식은 전 세계 정상 및 지도자들이 잠시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계기가 됐다.

과거 대영 제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로 구성된 영연방의 정상들은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임시 포클랜드 전쟁을 벌였던 아르헨티나까지 애도의 입장을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전까지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리 시대의 헌신자(stalwart)로서 기억될 것"이라며 "그녀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을 제공했다. 그녀는 공적인 생활에서 위엄과 품위를 전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연방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신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넬슨 만델라에 대해 회상했던 것에 대해 소개했고,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 당선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존경스러운"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연방 국가인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지혜롭고 용기를 주는 지도자를 잃었다"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대를 초월한 품위"에 대해 경의를 표하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죽음이 "한 시대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역시 캐나다의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우리 삶에 한결같은 존재였다"며 "캐나다인들에 대한 그녀의 헌신은 캐나다의 역사에 중요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영국 대사괸에서 향년 96세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조문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미국과 영국간 근본적 동맹을 심화시킨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위험과 지조를 가진 여성 정치인이었다"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군주 이상이었다. 여왕은 한 시대를 정의했다. 여왕의 유산은 영국 역사와 세계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백악관과 모든 공공건물 등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미 의회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여왕이 70년 넘게 영국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구현했다"며 "나는 그를 프랑스의 친구이자, 영국과 한 세기에 길이 남을 인상을 남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왕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임 시기 영국과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왕의 서거로 왕위를 이어받은 찰스 3세 국왕에게 조의를 표하는 서한을 보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세계 무대에서 권위와 함께 정당한 사랑과 존경을 누렸다"며 "나는 당신이 이 어렵고 회복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용기로 이겨내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왕실 가족들과 영국 국민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와 응원을 전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난 2003년 6월24일(현지시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국 런던 중심부의 버킹엄 궁전으로 왕실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이동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이와 관련,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거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표해 영국 전체와 영연방에 이 회복할 수 없는 상실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여왕의 재임 시기 영국의 가장 큰 적에서 강력한 동맹국으로 바뀐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여왕은 수백만 명에게 모범이었고, 영감을 줬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영국간 화해를 위한 여왕의 노력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연방하원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내년 예산안 관련 본회의 토론을 중단하고, 의원 전원이 기립해 여왕을 기리며 묵념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싸고 영국과 전쟁을 벌였던 아르헨티나는 여왕의 서거에 유감을 표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짧은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슬픔에 빠져 있는 영국 국민과 왕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국인 프랑스의 제안으로 이날 회의 시작 전 1분간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국에서 최장수, 최장기 재임한 국가 원수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아함과 위엄, 헌신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며 "그녀는 수십 년간 격변의 시기에 언제나 힘을 주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찰스 3세 국왕에게 보낸 전보에서 여왕의 죽음에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며 찰스 국왕뿐만 아니라 고인이 된 여왕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여왕이 아낌없는 봉사의 삶을 살았다며 "의무에 헌신한 본보기이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확고한 증인"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여왕은 유럽과 그 너머에서 전쟁과 화해, 지구와 사회의 깊은 변화를 목격했다"며 "그는 이들 변화에 걸쳐 연속성의 등대였고 많은 이에게 침착함과 헌신으로 언제나 힘을 줬다. 명복을 빈다"고 했다.

동료 군주들도 애도를 표했다. 영국 귀족들과 가까운 가족 관계를 맺고 있는 필리프 벨기에 국왕은 여왕을 "비범한 인물"이라고 경의를 전했고,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도 "영국 및 왕실 가족과 강력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그들의 슬픔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칼 16세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은 여왕을 '사랑하는 친척'으로 부르며 "여왕은 특별한 헌신과 의무감으로 영국과 연방을 섬겼다"고 말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여왕이 "역사의 가장 유의미한 장을 썼다"고 추모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2011년 아일랜드를 방문해 전 IRA 사령관인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당시 부총리와 역사적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BBC)ⓒ News1

애도를 표한 정상 및 지도자들 가운데엔 눈에 띄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2011년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의 관계 정상화에 중요한 단계가 됐다"며 "정부를 대표해 사랑하는 군주를 잃은 영국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2011년 영국 왕으로선 처음으로 아일랜드를 방문, 과거사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영국과 영연방, 그리고 세계에 매우 슬픈 순간"이라고 평했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영국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자신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애도를 표한 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역사적이고 놀라운 통치는 영국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라며 "(여왕의) 리더십과 오랜 외교는 미국 및 세계 각국과의 동맹을 확보하고 발전시켰다"라고 평가했다.

재임 기간인 지난 2018년 7월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와 함께 왕실 의장대 사열 당시 여왕보다 앞서서 걷거나 앞을 가로막는 등 행보를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멜라니아와 나는 언제나 여왕과 함께했던 시간을 간직하며, 그 아낌없는 우정과 위대한 지혜, 훌륭한 유머 감각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왕의 서거로 국와 자리에 오른 찰스 3세를 향해선 "위대하고 훌륭한 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도 "2차 세계 대전 기간 여왕은 현역 군에 복무한 최초의 여성 왕족이었다. 여왕은 영국과 세계 시민의 안정과 희망의 봉화로써 역할을 했다"며 "미셸과 나는 그를 알게 되어 행운이었다"라고 했다.

.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