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스트림 위기로 힘받는 스페인-프랑스 '미드캣' 가스관 구축 사업

아프리카 알제리→피레네 산맥 거쳐 독일까지…스페인 LNG 재기화 설비도 이용 가능
2003년 시작됐지만 필요성 의문에 2019년 중단…獨 간절히 바라지만 佛 소극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에나가스社의 가스 재기화 시설. 2022. 3. 29.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주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공급 중단 사태로 스페인과 프랑스를 잇는 '미드캣' 파이프라인 구축 사업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도 남서부에 위치한 스페인은 아프리카산 가스 구매 비중이 높은 탓에 러시아산 가스 이용 비중은 3%가량에 그쳤다.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운송도 활발해 가스 재기화 시설도 갖춰진 편이다.

그동안은 독일 등 국가가 러산 가스를 염가에 대량으로 구입해온 탓에 스페인을 통한 가스 공유 수요는 크지 않았는데, 이번 위기로 수입 다각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9년 중단된 미드캣 구축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프랑스 AFP 통신과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친환경전환·인구변화 대응 담당 장관은 "피레네 산맥을 가로지르는 미드캣 가스관 건설은 유럽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리베라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온다 세로 인터뷰에서 "프랑스 수뇌부의 반대에도, 스페인은 해당 가스관 구축 사업을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면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한 나라가 반대한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드캣이 연결될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위치 표시. 구글(Google) 이미지 가공 출처는 bilibili.

피레네 산맥 우측 프랑스 미디(Midi) 지역과 좌측 스페인 카탈루냐(Cataluña) 지역을 최장 920킬로미터(km) 길이 파이프라인으로 잇는다고 해서 미드캣(Mid-Cat)으로 명명된 가스관 구축 사업은 2003년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스페인의 에너지 주요 수입처인 아프리카 알제리에서부터 스페인을 거쳐 유럽연합(EU) 다른 지역으로 가스를 수송, 평균 가스 소비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EU 국가들의 가스 수입처를 다각화한다는 취지였다.

스페인은 이미 가스 자원이 풍부한 알제리와 750km 길이 '메드가스(Medgaz)' 심해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데다, 모로코와도 수중 파이프라인 'GME'를 두고 있다.

더불어 스페인은 유럽 최대 LNG 해상 운송 및 LNG 재기화·저장 시설을 갖춘 터미널 6곳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알제리, 모로코와의 외교 갈등이 생기면 가스 공급에 지장을 받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급처가 다각화된 덕분에 러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3.3%(2021년 기준)로, EU 평균(40%)보다 월등히 낮은 편이다.

스페인이 미드캣 가스관을 통해 피레네 산맥 넘어 프랑스를 거쳐 다른 EU 국가들로 가스를 보낼 수 있다면, 알제리 등 아프리카의 가스 자원이 유럽으로 손쉽게 흘러갈 수 있는 셈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에나가스社의 가스재기화 시설. 2022. 3. 29.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게다가 스페인은 미드캣 파이프라인 연결 초반에는 가스만 수송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미래 핵심 에너지원인 친환경 수소를 수송한다는 계획을 펴고 있다. 즉, EU의 새로운 녹색 수소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다.

문제는 프랑스의 소극적인 태도와 비용이다. 미드캣은 2018년 4억 4000만 유로(약 6005억 원)로 추정되는 초기 사업 비용을 포함해 3~4년의 준공 기간 견적 등 문제로 이듬해 중단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왜 모두가 흥분하고 미드캣이 가스 위기를 해결할 것처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가스관 연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는 이미 설비용량이 매우 작은 가스관 두 곳이 연결돼 있다.

러산 가스 대체재 모색에 가장 관심이 많은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연결 고리가 많지 않은 점도 과제다. 파리정치대학 에너지 전문가인 티에리 브로스 교수는 "배를 통해 가스를 직접 독일로 가져가는 게 훨씬 간단할 것"이라며 "독일에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비용이 미드캣 건설 비용보다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좌측)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러나 에너지 조달 문제는 비단 스페인, 프랑스, 독일 3국의 문제가 아닌 EU 전체의 문제이자, 이번 러시아 사태로 그 중요성이 커진 만큼 EU 차원에서 추진력이 생길 여지가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지난 5월 "크렘린(러시아)의 공갈을 끝장내고 EU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드캣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은 미드캣 파이프라인이 완공되고 나면 EU 전체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EU 차원의 사업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상원 연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우리 중 아무도 모른다"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도 자기가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가스의 유럽 유입이 완전히 차단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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