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적수였지만 친구로 끝나" 고르바초프 사망 전 세계 애도

러시아 내외 평가 달라…서방 지도자들 더 높이 평가
"냉전 종식하고 철의 장막 걷어내…역사를 바꾼 인물"

말년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모습. 병색이 완연하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냉전 종식의 상징인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지도자들과 유명 인사들의 애도 메시지가 줄잇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면서 "금일 오전 그의 유족과 지인들에게 조전(弔電)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외에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반면 서방 지도자들은 고르바초프의 생전 업적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고르바초프는 생전 냉전을 종식시키고 군축을 단행해 평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서방의 찬사를 받았다. 동시에 러시아인들에게는 잘나가던 강대국 지위를 포기하고 소련 붕괴를 초래한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렇게 러시아와 서방에서 고르바초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점을 언급하며 그의 개방 정책이 러시아인들에게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유를 부여했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생활 수준의 급격한 악화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출처=마크 스톤 트위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다른 미래를 위해 자신의 경력을 걸 만큼 용기 있는 보기 드문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레이건재단도 "한때 로널드 레이건과 정치적 적수였지만 결국 친구가 된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성명을 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냉전을 평화로운 결말로 이끌었던 거의 용기와 진정성을 항상 존경해 왔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는 이때, 소련 사회를 개방하려던 고르바초프의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러시아인들에게 자유의 길을 열어준 평화의 옹호자 고르바초프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유럽의 평화에 대한 거의 헌신은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를 바꾸었다"며 그의 죽음을 기렸다.

국제기구 수장들도 그의 유산을 높이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고르바초프를 역사의 흐름을 바꾼 독보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세계는 우뚝 솟은 지도자를 잃었고 헌신적인 다자주의자와 지칠 줄 모르는 평화 옹호자를 잃었다"며 죽음을 애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고르바초프가 신뢰받고 존경받는 지도자였다며 "냉전을 종식하고 철의 장막을 걷어내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으며 자유로운 유럽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그의 유산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일제히 소셜미디어(SNS)와 언론을 통해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1991년 7월 3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그는 자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냉전은 평화롭게 종식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고르바초프가 "훌륭하게 일했지만 모든 비전을 실현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동유럽과 독일 사람들,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생각을 밀고 나간 고르바초프에게 큰 빚을 졌다"며 "그는 완전한 비전을 실현할 수 없었지만 인류와 러시아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역사적인 변화를 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를 추모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는 고르바초프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라면서 "그의 개혁 추구는 갈등에 대한 외교의 길을 만들었다. 냉전을 종식시킬 용기와 확신을 가진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자신이 고르바초프와 악수를 나누는 사진을 올리며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나의 영웅이었다"며 "그를 만난 건 영광이자 기쁨이었으며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아놀드 슈워제네거 트위터>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