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은 키이우, 튀르키예는 하르키우…우크라 재건 세부 내용 살펴보니
디지털·안보방위·에너지·보건의료 등 15개 중점 부문 총 979조원 지원
키이우는 '영국'이, 하르키우는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식으로 지역 배분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우크라이나의 부흥과 전후 재건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5일 스위스 남부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URC)'가 '루가노 선언' 채택을 끝으로 폐막했다.
루가노 선언에는 우크라이나가 선언한 '디지털 국가' 구상을 축으로 사회·경제 부흥을 도모하고 총 7500억 달러(979조 원) 재원을 지역별로 배분, 각국이 지원하는 구상이 담겼다.
다만 러시아의 침공 장기화로 재건 비용이 증가할 여지는 남아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는 루가노 선언을 집중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우선 우크라이나 부흥 총비용은 7500억 달러(979조 원)로 추산됐다. 재원 마련 관련,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서방 국가들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공한 나라가 재건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를 만들면, 침공을 주저토록 하는 새로운 안보 시스템이 구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흥 중점 분야는 우크라이나가 선언한 디지털화를 주축으로, 방위안보, 비즈니스 활성화, 에너지, 의료보건 등 15개 분야가 선정됐다.
지원 방법론 중에는 우크라이나 각 지역별로 담당 국가가 배분된 점이 인상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키이우주(州)를 맡고, 튀르키예(터키)는 제2도시 하르키우를 담당하는 등의 배분이 이뤄졌다. 담당국의 책임성을 높여 집중적으로 부흥재건을 추진한다는 목적에서다.
미국은 특정 지역을 담당하는 국가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미국이 지금까지 표명한 지원액은 국제사회 지원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기여도가 남다르다. 이에 부흥재건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짚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잦은 지진과 원전 폭발 등 재해 대응 경험이 많은 일본 측의 노하우 공유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건 우크라이나가 밝힌 '디지털 국가' 구상 계획이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전환 장관은 이번 전후 재건과 함께 2024~2025년 우크라이나를 가장 디지털화가 진행된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스프트 등 서방 빅테크 기업의 도움을 받아 정부의 모든 대민·행정업무를 디지털화 하고, 화폐와 교육·보건서비스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법체계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 용의자의 재범 위험을 평가해 작성한 보고서를 재판과 선고 전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부흥이 전적으로 러시아의 침공 지속 여부에 달렸다는 점이다. 올해 2월24일 발발한 전쟁은 이제 5개월차로 접어들었지만 러시아군의 격렬한 공격은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축인 루한스크 주 전역 점령을 공식화했다. 이제 도네츠크 주에서 공세를 강화 중이며,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 통제 지역은 25%만 남은 상황이다.
전쟁과 우크라이나군의 열세가 지속되는 한 우크라이나 재건·부흥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베르너 호이어 유럽투자은행(EIB)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최대 1조 유로(약 1341조 원)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우크라이나군은 당초 6월부터 반격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중화기 공급 지연 등이 있어 동부 열세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조속히 부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기나 자금 제공 등 지속적인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URC는 2017년 '우크라이나 개혁회의(Ucraine Reform Conference)'로 출범한 연례회의지만, 올해는 전후 재건안 모색 취지에서 '재건(Recovery)'이란 명칭으로 열렸다. 약 40개국 정부 관계자와 EU,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관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참석했다. 내년 URC 개최지는 영국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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