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최후' 맞았던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車 1.2억 낙찰

페이칸 힐먼 헌터. ⓒ 로이터=뉴스1
페이칸 힐먼 헌터.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란이 군주제이던 당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국왕(팔레비 2세)이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시절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에게 줬던 고급 승용차가 경매에서 루마니아의 민간 수집가에게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있는 아트마크 경매회사의 알리나 패니코는 이 차가 루마니아 수집가에게 시가의 24배인 9만5000유로(약 1억2951만원)에 팔렸다고 밝혔다.

패니코는 "이란의 한 입찰자가 겨우 5000유로 차이로 낙찰받는 데 실패했다"며 "신청된 100건의 입찰 중 대부분은 이란 수집가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란의 수집가들이 1967년부터 제작된 이란 내셔널 컴퍼니 최초의 자동차 '페이칸 힐만 헌터'를 낙찰받으려던 시도는 좌절됐다.

페이칸 힐먼 헌터는 이란 산업의 랜드마크이자 국가의 아이콘인 리무진이이다. 팔레비 2세가 지난 1974년 차우셰스쿠에게 대통령에 당선된 기념으로 이 자동차를 선물했다.

이 리무진은 최고 속도가 시속 145km에 달하며, 1.5L의 4기통 인라인 엔진이 54마력을 발휘하는 등 주행 성능이 뛰어나다.

이 자동차를 제작했던 힐먼은 원래 영국 미들랜즈 도시인 코번트리 근처에 본사를 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번창했던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였다. 당시 소유주였던 크라이슬러가 1976년까지 그 마크를 사용했다.

이란 내셔널 컴퍼니는 피아트 모델 제작에 실패한 후 1967년 힐먼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첫 페이칸 모델을 생산했다.

롬백 슈퍼 원일레븐. ⓒ AFP=뉴스1

같은 날 경매에 나온 차우셰스쿠 전용기인 롬백 비행기도 12만유로(약 1억6359만원)에 낙찰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중거리용 롬백 슈퍼 원일레븐은 영국항공공사(BAC)의 허가를 받아 부쿠레슈티에서 제작된 것으로, 동유럽에서 생산된 최초의 항공기다.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시절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 AFP=뉴스1

팔레비 2세 국왕은 1966년 루마니아를 방문해 상업 및 외교 관계의 시대를 열었으며, 차우셰스쿠와 친교를 맺었다.

차우셰스쿠는 집권 이듬해부터 루마니아를 냉전 시대 동유럽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989년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 엘레나는 헬리콥터를 타고 부쿠레슈티에서 대규모 시위를 피해 탈출했다. 하지만 급속하게 결성된 사격대가 이들을 붙잡아 사살했다.

그는 1960~70년대 중국과 북한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김일성을 만난 후 두 사람에게 영감을 받아 독재체제를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