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선 돌풍 일으킨 오성운동, 어떤 정당인가

9년만에 伊 최대 단일정당 '우뚝'
반체제 포퓰리즘 기치…31세 최연소 총리 탄생?

이탈리아의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창당한 베페 그릴로(왼쪽)와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이탈리아의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5S)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이탈리아 최대 단일정당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를 필두로 한 오성운동은 총선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29.5~32.5%의 득표율을 얻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33~36%로 최다 득표했지만 단일 정당으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오성운동이다. 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24.5~27.5%를 득표, 3위에 그쳤다.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 베페 그릴로와 컴퓨터 공학자 출신 잔로베르토 카살레지오가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껴 2009년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내걸고 창설한 M5S가 창당 9년만에 우뚝 설 수 있게 된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오성운동의 오성(五星·다섯개의 별)은 물, 교통, 개발, 인터넷 접근권, 환경 등 정당의 핵심 관심사 5가지를 뜻한다. 직접 민주주의, 전자활동을 통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온라인 투표를 통해 당의 후보와 주요 정책, 강령을 결정한다. 인터넷을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열겠다는 것이 오성운동의 주요 전략이다.

오성운동은 지난 2013년 하원 선거 때는 당당히 제3당 자리에 올랐다. 당시에도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오성운동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1980년대 있었던 과실치사 혐의로 인해 공직 출마가 불가능한 그릴로가 뒷선으로 물러나고 지난해 9월 디 마이오가 신임 대표직에 올랐다.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좌파적 특성을 지닌 동시에 이민정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거나 2016년엔 동성애자 시민연합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등 우파적인 색깔도 띠고 있는 오성운동은 스스로를 전통적인 좌파나 우파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단체라고 묘사하고 있다.

정치적 투명성과 반부패를 표방하며 정치인 임금 삭감 등을 주장하지만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지나치게 엄격히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성운동은 한때 반유럽연합(EU) 기치를 내걸기도 했지만 디 마이오 대표의 선출 이후 당의 반EU적 기조는 상당히 완화됐다. 과거 이탈리아의 탈(脫)유로존을 공약했던 오성운동은 현재는 유로존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는 EU 개혁을 위한 시도가 먹통하지 않을 경우 쓸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디 마이오 대표는 총선 전 발표한 국정운영 프로그램에서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정당 방침을 삭제했다.

그는 그간 '선거연대 배제'를 주장해왔으나 총선을 앞두고는 다른 정당에 선거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 정부 구성 참여를 위해 부분적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디 마이오 대표가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를 구성하는 공식 절차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전담하게 되는데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거부해온 오성운동 대표에 연정구성 권한을 위임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파올로 젠틸로니 현 총리의 민주당을 주축으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포르자이탈리아당이 구성하는 대연정이라고 내다봤다.

l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