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쪽 북한인권보고서…"북한은 나치와 흡사"
- 김정한 기자
(제네바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자들을 국제 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이날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당국과 지도자들이 북한 국민들을 체계적으로 고문하고, 굶기고, 살해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상태를 나치 정권 하의 인권 유린 상황에 비유했다.
커비 위원장은 COI의 372페이지에 달하는 북한 인권침해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유엔이 북한을 ICC에 회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 본인을 비롯해" 인권침해를 저지른 어떠한 자라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 보고서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이를 "절대적, 전적으로 거부한다"(categorically and totally rejects)는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COI의 인권보고서는 "정치적 음모의 도구"이며 "미국의 호전적 정책에 동조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측이 인권문제를 정치화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비난과 경고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에 대해 김 위원장은 더 큰 적대감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보고서로 인해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한국과 서방국가들과의 대결을 중단시키려는 설득 작업이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유엔 COI 조사관들은 또한 북한의 맹방인 중국에 대해서도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행위가 이들을 고문과 처형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돕거나 사주하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음을 밝혔다. 다만, 중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엔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COI의 보고서가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감안하면 북한을 실제로 ICC나 '특별재판소'(Ad Hoc Tribunal)에 제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한은 나치와 흡사"
커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COI가 수집한 인권 관련 범죄 증거들은 나치 정권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인권 유린 범죄들을 연상시켰다고 밝혔다.
커비 위원장은 "그 가운데 일부는 놀랄 정도로 흡사했다"며 "예를 들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들에는 많은 수의 수용자들이 영양실조 상태이며, 사실상 굶어 죽은 다음엔 항아리에 담겼다가 화장된 후 매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체들을 처리하는 것은 다른 수용자들의 몫이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을 인권 범죄자로 구체적으로 거론한 이유에 대해 커비 위원장은 "김 위원장 같은 위치의 인물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며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은 변화를 일으킬 힘도 있다"고 설명했다.
커비 위원장은 "COI의 보고서가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게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커비 위원장은 얼마나 많은 북한 지도자들이 반인도적 범죄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수백명의 북한 관리들이 책임이 있다"고 대답했다.
거의 전화번호부 두께인 COI의 보고서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로서 살해, 고문, 강간, 납치, 노예화, 굶겨죽이기, 처형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저지른 인권침해의 규모와 정도는 동시대의 어느 국가들보다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수록된 반인도적 범죄 사례는 1년여에 걸친 조사를 통해 수집된 것이다. 여기엔 한국, 일본, 영국 미국에 거주 중인 탈북자들의 공청회 증언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중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사람들도 있다.
탈북자들 중 신동혁 씨는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생활과 탈출을 털어놓기도 했다. 13세인 신 씨는 '14호 수용소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와 형의 처형을 지켜봤다고 증언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관 측은 COI의 증거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권보호'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체제 전복과 압력에 대한 어떤 시도에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북한 대사관 측은 이날 발표 예정인 COI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 로이터통신에 2페이지짜리 성명서에서 COI의 인권보고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정치적 음모의 도구"이며 북한을 헐뜯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소위 '보고서'라는 것에 언급된 '인권침해'는 우리 공화국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반인도적 범죄의 총수는 김정은 위원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이들은 보고 계통상 김 위원장을 정점에 둔 조직들에 속한 관리들이다.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군대, 사법부, 노동당 등이 이에 해당된다.
커비 위원장이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에게 보낸 3페이지짜리 서한에서 "이 관리들이 김 위원장 당신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COI는 유엔은 관리들과 군부 지도자들에게 최악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ICC 기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COI가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증거와 증언을 통해 용의자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OI 조사관 12인은 북한 정부가 음식을 "국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왔으며 정치범들과 일반 죄수들을 "고의적으로 굶겨 죽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국가 감시 체제를 통해 모든 반대파들을 숙청했다. 기독교인들은 처형됐고 여성들은 공공연하게 차별을 받았다. 국민들은 수용소에 보내지고 석방에 대한 희망을 빼앗겼다.
북한이 지난 50여년간 저지른 정치범 처형은 거의 집단학살 수준에 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에서 송환된 이주자들과 탈북자들은 고문, 구금, 집단 처형, 강제 낙태 등을 당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커비 위원장은 우하이타오 제네바 주재 유엔 중국 대리대사에게도 지난해 12월16일 서한을 보내 강제송환이 "반인도적 범죄 지원과 방조"에 해당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보고서는 우 대리대사가 이에 대한 답장을 보내 북한으로 송환된 이주자들 중 일부가 중국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은 이들에게 고문이 자행됐다는 게 사실이 아님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