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산당 '벨벳 혁명'후 24년만 정치 전면에?

10월 조기총선서 2당 부상 전망

체코 하원 의회는 이날 재적의원 200명 가운데 140명의 찬성으로 의회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밀로스 제만 대통령은 헌법이 규정한 대로 60일 안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CSSD·사민당)이 선두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SANEP는 지지율 27%의 사민당을 앞세워 공산당(16.7%)과 보수정당 'TOP 09'(13.1%)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총선에서 한 정당이 과반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국정 장악을 위해서는 정당들 간 연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인 공산당이 사민당과 협력해 지난 '벨벳혁명(체코 무혈혁명)' 이후 20여년 만에 국정 전반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된다.

사민당의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여당들의 지지를 받는 소수파정권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산당과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도 분명 가능하다"며 "공산당은 시의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지역 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민당은 공산당의 정책을 수용하거나 연립정부에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체코인들 사이에는 과거 공산당 통치 시대의 악몽이 여전히 선명하다.

고(故)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 주도한 1989년 벨벳혁명으로 권력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공산당은 수십 년간 비밀경찰을 동원한 철권통치를 펼쳤다.

공산당 통치 하에 징역을 산 반체제 작가이자 하벨 전 대통령의 동료인 지리 스트란스키는 오늘날 공산당이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공산당은 압제 시대를 사과한 뒤로는 국내적으로 기업세 인상, 정부 투자 확대 등 사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산당 의원들은 그러나 여전히 상호간에 '동무(comrade)'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당 부대표 사무실에는 공산주의 사상의 창시자 칼 마르크스의 초상이 걸려있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를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체코 정국은 지난해 6월 페트르 네차스 전 총리가 여성 보좌관과의 부패 추문으로 사임한 뒤 혼란에 휩싸였다.

제만 대통령은 경제학자 출신 지리 루스노크를 신임 총리로 하는 새 내각을 구성하며 정국 돌파에 나섰으나 의회의 임명 동의안 부결로 좌절됐다.

의회 해산 결의에 앞서 제만 대통령은 내년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오는 10월 25~26 실시하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ezyea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