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미얀마?" 오바마, 사상 첫 방문서 2개 명칭 모두 사용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과 미얀마 야당지도자 아웅 산 수치 여사. © AFP=News1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과 미얀마 야당지도자 아웅 산 수치 여사. © AFP=News1

독재 군사 정권의 상징이자 현재의 국명인 '미얀마'와 옛 국명인 '버마'. 미얀마를 일컫는 2개의 국명 중 오바마의 선택은?

현직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순방에서 2개의 명칭을 모두 다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인 대통령의 취임 후 추진되고 있는 민주화와 경제 개혁들이 이곳 '미얀마'에 놀라운 잠자력과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면서 그간 불러오던 버마라는 미얀마의 옛 국명 대신 현재 공식 국명인 '미얀마'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얀마 방문에 앞서 들른 태국에서는 "버마의 민주주의는 발전 단계에 있고 이번 방문은 버마 정부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버마'라는 옛 국명을 사용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야당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오늘은 미국과 '버마' 양국 관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새로운 장이 쓰여진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다시 '버마'라는 옛 국명을 썼다.

미얀마는 1989년 쿠테타로 집권한 군사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국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국호를 버마에서 미얀마로 변경했다.

영국이 전체 국민의 70%정도를 차지하는 다수 민족인 버마족에서 따 편의상 만들어진 명칭이라는 것이다. 미얀마는 현지 말로 "전체를 아우른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미얀마의 독재 군사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국민의 동의 없이 채택된 군부의 국명 변경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옛 국명인 '버마'를 고수해왔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은 대통령 뿐 아니라 국무부의 모든 관리들은 공식 석상에서 '미얀마'라는 국명은 일절 사용하지 않아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의 외교사절로는 50년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당신 정부(your government)’ ‘여기(here)’ 등의 에두른 표현을 쓰며 직접적인 국명 언급을 피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이날 오바마의 첫 미얀마 국명 언급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세인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외교적 예우 차원에서 '미얀마'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여전히 '버마'를 공식 국명으로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bae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