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부인 재판, 中 공산당 부패 방패막이(?)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사진·53)가 9일 안후이성의 성도(省都) 허페이(合肥)에서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날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북쪽으로 1200km 떨어진 허베이성의 휴양도시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올 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차기 지도부를 포함한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고 있다.
구카이라이 재판과 베이다이허 회의는 언뜻 보기에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구카이라이 재판과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구카이라이 재판과 베이다이허 회의는 모두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중이다.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소식은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는 관영매체의 보도를 제외하고 거의 전무하다.
지인인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구카이라이 재판도 마찬가지다. 재판 참관이 허용된 외부인은 중국 관영매체 관계자와 영국 외교관들이 유일하다.
타임은 구카이라이 재판과 베이다이허 회의의 공통점은 철통 보안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별개의 사건들은 중국 집권 공산당의 권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분석했다. 과거 일어난 정치적 소요사태가 향후 정권의 불안정을 조장하고 나아가 공산당 자체에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중국 지도부가 힘의 균형을 새로 잡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 정치학과 황징 교수는 "2012년은 중국 정치권에 매우 특별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모든 이들이 지도부 교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이 보시라이 사건이라는 폭탄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최고 지도자들간 사생결단의 싸움이 대중에게 완전히 까발려진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정치시스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중국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베이다이허 회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지도부의 뜻을 모으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중국 공산당은 구카이라이 재판을 통해 아무리 높은 지위의 인물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재판부가 인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공평한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사건은 형사 재판이다"며 "피고의 혐의가 분명하며 모든 증거 역시 반론의 여지가 없고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만일 구카이라이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처벌을 받을 경우 대중의 분노를 살 수 있다고 쳉리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정치전문가는 말했다.
지난 1980~1981년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이 문화대혁명의 주범으로 지목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은 선례와 비교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카이라이가 사형은 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타임은 구카이라이 재판에서 개인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보시라이의 몰락을 둘러싼 정치적 함의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이번 사건을 개인이 저지른 형사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함의를 숨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산당은 대중의 초점을 구카이라이의 살인사건에 맞춰 중국 정치권의 부패 문제를 덮고 있다. 이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kirimi9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