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나라들까지 곤경" 인니 '지옥 산불' 진화 지연에 집단소송까지

시민사회 "매년 반복에도 정부가 못막아" 소송 나서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 폰티아낙의 성 요셉 대성당이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무에 휩싸여 있다. 2026.09.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범수 기자 = 수주째 이어진 인도네시아 산불이 소방 당국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는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산불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주지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AF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달부터 항공기 64대와 인력 5만 4000명을 투입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서 수주째 이어진 산불은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대기질까지 악화하고 있다.

테드 인드라 위자야 내각장관은 "모든 역량을 산불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이 광범위하고 화재 진압이 까다로운 이탄지대라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탄지대는 식물 잔해가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지역으로, 한번 불이 붙으면 땅속까지 타들어가 진화가 어렵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7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에 산불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현지 원주민단체와 시민사회는 "매년 반복되는 일"을 정부가 막지 못했다며 대통령과 주지사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인 글로리오 사넨은 지난주 성명에서 "이번 재난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재앙"이라며 "반복되는 패턴은 피고인들이 화재 위험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우리의 주장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수십 년간 이어진 산림 훼손, 화전을 위한 불태우기식 토지 개간 관행을 산불 피해의 확산 요인으로 지목한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위적인 화재를 방치하거나 조장해 온 관행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유독 산불이 심각한 이유는 40년간의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엘니뇨 현상이 건조한 날씨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원 약 350명은 이달 서칼리만탄에 도착해 산불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의 지원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인도네시아 화재·산림파괴 모니터링 플랫폼 누산타라 아틀라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도네시아 산불 피해 면적은 89만 6000헥타르(㏊)에 달한다. 제주도 면적 약 5배에 달하는 크기다.

mag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