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통신기록이 실낱 같은 희망"…네팔 실종자 흔적 찾는 가족들
기지국 신호로 끊긴 행적 탐색…중국·네팔 실종자 4471명
개인정보 보호 속 정부·통신사 공조…꺼진 전화 너머 생존 가능성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09:10, 2026/08/26.' 네팔 통신 기지국에 남은 이 짧은 숫자는 지난달 26일 네팔 중부를 집어삼킨 대홍수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유일한 동아줄과도 같다.
산비탈이 깎여 나가고 통신망마저 무너진 현장에서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휴대전화의 마지막 신호가 남은 방향을 따라 가족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네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지국 신호가 실종자의 생사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현장 수색대는 실종자의 마지막 통신 기록을 토대로 탐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이 참여한 어퍼 트리슐리-1 수력발전 프로젝트 현장에서 일하던 환경 전문가 로샨 쿠마르 조시도 당일 아침 이후 소식이 끊겼다. 가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온 침수 영상과 지도를 확인하며 그의 마지막 행적을 맞추고 있다.
조시의 친척은 카트만두포스트 인터뷰에서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한 동료의 말에 따르면, 그가 동료들을 밖으로 내보내며 '뛰어, 빨리 뛰어'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며 "우리는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 조회를 통해 확인된 조시의 마지막 위치는 라수와 지역 람체 기지국의 'C 섹터' 방향이었다. 기지국은 보통 세 개 방향으로 전파를 나누어 송출하기에 접속 섹터를 확인하면 그가 강가에 있었는지 아니면 고지대로 대피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나빈 지시 화웨이 네팔 배송·서비스 총괄은 "3개의 섹터는 서로 다른 방향을 커버한다"며 "지리적으로 방향을 매핑함으로써 휴대전화가 강 쪽에 있었는지, 아니면 산 쪽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그가 산 쪽을 향했기를 바라며 해당 수색대에 좌표를 전달했다.
트리슐리 수력발전회사 직원 치트라굽타 바타의 가족도 '노이파네 차우르, 09:26'이라는 짧은 기록에 매달리고 있다. 홍수가 덮친 지 15분이 지난 시점까지도 그의 휴대전화가 켜져 있었다는 의미다.
해당 지역 지형에 밝은 관계자들은 그가 거센 물길을 피해 터널 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타의 가족은 "이 위치를 알게 된 후, 우리는 어쩌면 그가 터널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며 "너무 많은 날이 지났고, 그는 이미 다소 쇠약한 상태였다. 버텨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네팔텔레콤은 전력 공급이 끊긴 직후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데이터와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고 음성 통화 중심의 2G망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홍수 전후 각 지역에서 활성화된 휴대전화 수와 이후 통신이 끊긴 회선, 다시 연결된 회선을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꺼진 이유는 침수와 사고뿐 아니라 배터리 방전, 기기 고장, 통신망 손상일 수도 있고 어린이와 노인처럼 애초에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어 이 자료만으로 실종자 수를 확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라수와를 찾았던 한 노부부는 홍수 당일 연락이 끊겼지만,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된 뒤 무사히 귀가했다. 부부의 마지막 신호가 다음 날 홍수 현장에서 25~30㎞ 떨어진 고사이쿤다 기지국에서 확인돼 끊긴 통신이 곧 사망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흙탕물이 휩쓸고 간 네팔의 산자락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화면 속 꺼져버린 마지막 신호가 무사 귀환의 단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네팔과 중국의 발표를 합하면 피해 지역의 전체 인명피해는 사망자 최소 955명, 실종자 4471명으로 집계된다.
수실 쿠마르 슈레스타 네팔 재난위험경감관리청 수석 엔지니어는 "이런 상황에서는 전화번호 하나조차 실낱같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