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에 발전소 줄줄이 초토화…수력발전 '올인' 네팔의 딜레마
국가 발전용량 12% 이상 타격…수력발전 근로자 933명 연락두절
기후변화에 히말라야 빙하·암석 불안정…재건비 최대 GDP 10% 추산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휩쓴 대홍수가 네팔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력발전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수력발전에 의존해 온 네팔 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3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로 물과 얼음, 암석, 진흙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네팔 북부의 주요 수력발전 시설들이 잇따라 파손됐다.
이번 대홍수로 네팔은 파괴된 발전소를 복구하는 것을 넘어 향후 수력발전 시설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건설할지까지 다시 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로이터는 이번 홍수로 네팔 전체 발전용량의 12% 이상을 차지하는 수력발전 사업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별도의 기후 분석에서는 국경을 넘나든 연쇄적인 재해 과정에서 최소 6개 주요 수력발전소가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력발전은 관광과 해외 노동자 송금 등과 함께 네팔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다. 히말라야의 풍부한 수량과 큰 고도 차이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네팔은 수력발전을 국내 전력 공급뿐 아니라 주변국에 전기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왔다.
실제로 네팔은 우기에 남는 전력을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난은 수력발전의 원천인 히말라야의 물이 동시에 발전시설을 위협하는 재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피해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네팔전력청은 이번 보테코시강 대홍수로 12개가 넘는 수력발전 사업과 송전시설이 광범위하게 파손돼 피해액이 수천억 네팔루피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발전시설뿐 아니라 터널과 변전소, 송전망 등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이 한꺼번에 피해를 입으면서 복구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피해 시설의 보험 가입 범위와 실제 보상 규모 역시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인명 피해도 수력발전 현장에 집중됐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에 따르면 현재 연락이 끊긴 사람 가운데 수력발전 사업과 관련된 근로자는 933명에 달한다.
특히 트리슐리강 일대 수력발전소의 지하 터널과 발전시설에 근로자들이 갇힌 것으로 추정되면서 구조 작업이 집중되고 있다.
네팔 정부는 여러 수력발전소 터널에 100명 넘는 근로자가 아직 살아서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네팔군은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진흙으로 막힌 터널 상부에 작은 구멍을 뚫는 데 성공해 내부로 공기를 보내고 카메라를 투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30일 새벽부터 내린 폭우로 강 수위가 다시 상승하고 굴착 작업장에 물이 차면서 구조작업도 차질을 빚었다.
한국인 직원 9명이 실종된 어퍼 트리슐리-1(Upper Trishuli-1) 역시 이번 홍수가 휩쓴 지역에 건설 중인 대형 수력발전 사업이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실종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이번 재난이 네팔 경제 전체에 남길 충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스와르님 와글레 네팔 재무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홍수 피해 복구에 40억~5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이는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수력발전 시설이 안고 있는 자연재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가 접촉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고산지대의 암석과 얼음이 불안정해지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이번과 같은 붕괴와 연쇄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난도 하나의 빙하 붕괴가 여러 단계의 재해로 증폭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네팔 리룽봉 남쪽 사면의 빙하가 갈라져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 형성된 거대한 토석류가 20㎞ 이상을 빠르게 이동해 중국 티베트 지룽 통상구까지 덮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이번 재난이 장기간에 걸친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했다며 이를 티베트고원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빙권 재해라고 전했다.
히말라야의 물을 이용해 경제성장과 전력 수출을 동시에 이루려던 네팔로서는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수력발전 개발을 계속 확대해야 하지만 발전시설이 집중된 산악 계곡 자체가 기후변화로 더욱 위험한 지역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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