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中, 아시아 패권 강요 안돼"…韓 국방비 증대엔 "리더십에 찬사" (종합)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발언…"韓, 위협에 대한 냉철한 인식 보여줘"
"美, 아시아 안정적 균형 추구…지역 동맹국 방위 부담 확대해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5.30.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은 아시아에서 "안정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 등 그 누구도 패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시아·태평양 동맹국을 향해 더 많은 방위비를 지출할 것을 요구하며 "책임 분담(burden sharing)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면 한국을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과 역내외 군사 활동 확대에 정당한 경계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미국인은 물론 우리의 동맹국들 모두에게 작동하는 진정으로 안정적인 균형"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그 어떤 국가도 패권을 강요하거나 우리와 동맹국들의 안보나 번영을 위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접근방식이 "제1도련선을 따른 거부적 억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서태평양에서 침략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전쟁이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간주하도록 강력한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도련선은 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 전략 방어선으로, 미국의 대중 억지 전략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면서 헤그세스는 미국의 역내 군사 준비 태세가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태평양의 지속 가능한 평화의 토대"라며 "우리의 군사 태세는 탄력적이고 분산돼 있으며, 군사력을 통한 신속하고 결정적인 이득을 거부하도록 최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中 관계, 수년만의 가장 좋은 상태…지역 안정 위해 군사 접촉 증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샹그릴라 대화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5.30. ⓒ AFP=뉴스1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향해 '패권 추구'에 나서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도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현 행정부는 중국과의 안정적인 평화, 공정 무역, 존중하는 관계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공정성과 호혜성에 기반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양국이 각자의 이익을 강력하게 보호하겠지만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에서는 실용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합의를 확보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수년만의 가장 좋은 상태"라며 미·중 간 군사 당국자들의 접촉 증가를 언급했다.

그는 "군사 간 소통 채널을 개방해 둠으로써, 우리는 충돌을 조율 및 방지하고 오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고위층에서 추구하는 관계가 모든 수준에서 보존되도록 보장하는 실용적인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최대 쟁점 '대만'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두고 "대통령이 말했듯 향후 대만 무기 판매에 관한 그 어떤 결정도 대통령 본인과 (미중) 관계의 성격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판매 진행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3~15일 베이징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를 추진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향후 대만 지원 기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웠다.

美 아태 동맹국 향해 방위력 강화 '책임 분담' 요구…韓 국방비 증액에 "현실적 결정" 찬사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4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태평양 지역 내 세력 균형은 "미국이 혼자서 짊어질 수 없으며 짊어져서도 안 되는 짐"이라며 지역 동맹국들을 향해 '책임 분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리한 세력 균형을 위해서는 실제 군사력, 실제 산업 역량, 실제 정치적 결의를 갖춘 유능한 동맹국들이 필요하다"며 태평양 지역의 안보가 "너무나 오랫동안 미국 군사력에 불균형적으로 의존해 왔지만,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은 자신들의 방위 역량이 약화하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책임 분담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면 한국을 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국방비를 새로운 글로벌 기준인 3.5%로 인상하고 재래식 방위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기로 한 결정은 위협 환경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두고 "그들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내린 현실적인 결정"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보여준 실용주의와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동 팩트시트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대 후반인 국방비를 가능한 이른 시일 내 3.5%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헤그세스 장관은 "다른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이 그 길을 따를 때 이 지역은 훨씬 더 안정되고 안전해질 것"이라며 필리핀·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이 방위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에 관해서는 "국방 전반의 대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는 함께 전력 태세를 강화하고 적절한 역량에 투자하고 있다"며 "일본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으며 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함께 각자의 책임을 다할 수 있고 또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부유한 국가들의 국방비를 보조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모두가 위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임승차는 없다"고 강조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