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유소 품절 사태 가속…韓기름 수출제한에 사재기 영향

이란 전쟁 여파에 가격 급등…중앙은행 금리 압박

20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한 주유소에서 연료가 소진돼 주유기가 멈춰 사용 불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6. 3.20ⓒ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한국산 석유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호주에서 주유소 연료 부족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뒤흔들리는 것이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 보웬 호주 에너지 장관은 전날 의회에 최소 600개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 일부 연료가 품절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이 발생한 주유소는 전체의 10% 수준으로 특히 인구가 밀집된 뉴사우스웨일스(NSW)와 빅토리아주에 집중됐다.

특히 호주는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휘발유·경유·항공유의 3분의 2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한국은 호주의 최대 연료 공급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부 연료 수출에 제한을 두면서 호주 에너지 공급 불안이 더욱 부각됐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물류와 가격 변동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사재기 움직임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호주 석유유통협회(ACAPMA)의 로완 리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전쟁 이후 연료 수요가 두 배로 증가했다"며 "가격 상승을 우려한 선제 구매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부족 사태가 구조적인 공급 위기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보웬 장관은 "재고가 부족한 경우라도 보통 24~48시간 내 보충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대응 조치로 향후 6개월간 디젤 연료 기준을 완화해 미국, 캐나다, 유럽 등으로부터 추가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비축유를 일부 방출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으며, 현재 휘발유는 약 38일, 경유는 약 30일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료 가격 상승은 호주 경제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호주석유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하며 물가 대응에 나선 상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