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중동 출발 LNG선, 10일 내 모두 도착…'LNG 공급 절벽' 임박

세계 2위 LNG 수출국 카타르, 해협 봉쇄·이란 공습에 생산 중단
아시아 국가 불똥…파키스탄·대만 등 '에너지 위기 비상'

홍콩 국기를 단 LNG 운반선이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스크 지어베나에 있는 비스카이아만 가스(BBG) 재기화 시설에 기항한 후 빌바오 항을 떠나고 있다. 2026.03.09.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액화천연가스(LNG)를 싣고 걸프 지역을 출발한 운반선들이 향후 10일 이내 모두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들 운반선이 모두 도착하면 전 세계 LNG 공급이 중단 위기에 빠진다.

FT는 이날 선박 중개업체 어피니티의 분석을 인용해 이들 LNG 운반선 중 아시아에 도착할 예정인 운반선은 이제 단 1척이며, 유럽에는 LNG 선박 6척만이 도착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뒤 보복으로 중동의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해상 교통을 마비시켰다. 또 세계 2위 LNG 수출국 카타르의 LNG 생산시설 라스라판 등 중동 전역의 에너지 생산시설에 무차별 공습을 가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선적된 많은 LNG 운반선들은 전쟁 시작 전 이미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LNG 운반이 끊기면서 중단의 여파가 서서히 체감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대체 LNG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천정부지로 솟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대체 연료를 찾거나, 주4일 근무제 등 가계와 기업에 에너지 절약을 강요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지난해 LNG 수입량의 거의 99%를 카타르에서 들여온 파키스탄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FT는 전했다. 라스라판에서 출발한 마지막 물량은 이란 전쟁 2일 차와 3일 차에 이미 도착한 상태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쟁 전 LNG 과잉 공급 상태였던 국영 파키스탄 LNG는 카타르에너지와 이탈리아 에너지 회사 에니(Eni)에 LNG 화물의 목적지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전쟁 발발 후 뒤늦게 에니에게 해당 화물 중 일부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파키스탄 LNG는 황급히 유럽, 오만, 미국, 아제르바이잔, 아프리카 업체와도 접촉했으나, 모두 파키스탄이 수용하기에는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파키스탄 내 LNG 수입 터미널 2곳은 가동률을 정상 수준의 6분의 1로 줄였고, 이달 말까지 가스 송출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다.

카타르의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및 가스액화(GTL) 생산 시설 라스라판 산업단지 ⓒ AFP=뉴스1

동아시아 국가들도 에너지 공급 위기에 노출됐다. 걸프산 LNG의 최대 구매국 중 하나인 대만은 전쟁 발발 직후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0일 대만 경제부는 걸프 지역에서 LNG 운반선 22척을 확보해 4월 말까지는 공급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심각한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중국과 일본 역시 걸프 지역의 공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일부 LNG 현물 화물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무역업자들이 FT에 전했다.

다만 일본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LNG 수입국이지만, 중동 의존도가 낮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전체 공급의 6%에 불과하다.

중국은 LNG의 30%를 걸프 지역에서 조달하지만, 자국 내 가스 생산 능력이 있고 필요시 석탄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전력 생산 과정에서 석탄과 원자력을 더 많이 사용할 예정이다.

FT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이 더 많이 허용될 때까지 전 세계 LNG 공급은 경색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설령 해협이 열린다 해도 시장에 공급될 물량은 줄어들 전망"이라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