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닫고 조리해라"…남아시아 덮친 이란發 '가스 위기'
걸프 LPG 수입 의존도 높아, 호르무즈 봉쇄에 '휘청'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액화석유가스(LPG) 수입국 2위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인도 식당들은 튀김 요리 조리를 멈췄고, 방글라데시에서는 대학교들이 문을 닫고 시험이 취소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가스 공급을 걸프 국가들에 크게 의존하는 남아시아가 이란 전쟁의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지역 중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LPG 수입국으로 공급량의 60%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들여오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가스 위기에 빠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 국민들에게 "공황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인도 전역에서는 조리용 LPG 가스통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사재기, 절도, 폭리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LPG 부족 사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가스를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던 식당들이 연료 부족을 호소하자, 인도 정부는 조리용으로 석탄, 나무, 등유 등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연료 사용을 허용했다.
인도 국립레스토랑협회는 50만 회원사들에 영업시간 단축, 장시간 끓이거나 튀겨야 하는 메뉴 판매 중단, 에너지 절약을 위해 조리 시 뚜껑 사용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시신 화장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서 시 화장장을 담당하는 매니샤 셰카트카는 "가스 부족이 우리에게 큰 타격을 줬다"며 시신이 쌓이기 전에 가스 화장로를 전기 화장로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FT에 전했다.
가스 공급 상황이 악화하면서 인도 곳곳에서는 빈 가스통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콜카타, 하이데라바드 등 인도 주요 도시의 시위대는 LPG 가격 인상을 두고 중앙 정부의 조치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은 자체 가스 매장량이 있지만 여전히 가스 소비량 5분의 1을 걸프 국가들에 의존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 90%를 카타르에 의존하는 파키스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다음 달 인도받기로 했던 LNG 운반선 6척 물량을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학교 문을 닫고 모든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며, 대부분의 정부 기관에 주 4일 근무제를 명령했다. 휘발유 가격 또한 20% 인상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만약 상황이 이대로 계속 악화한다면 가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LNG 수입량 약 4분의 3을 카타르와 UAE가 차지하는 방글라데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광범위한 가스 배급제 시행에 나섰다.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방글라는 일일 가스 공급 감축을 단행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영 비료공장에 15일간 생산 중단을 지시하고, 가용 가스를 발전소로 돌리도록 조치했다. 교육부는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비상조치로 전국의 모든 대학 캠퍼스를 폐쇄하고 연휴를 앞당겼다.
타리크 라만 방글라데시 대통령의 언론비서관은 "대통령은 이미 집무실 전등의 절반만 사용하기 시작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에어컨도 켜지 않는다"며 "이러한 긴축 조치는 전국 모든 관공서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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